“빨리 빨리!”
우리나라사람들처럼 속도를 강조하는 민족이 있을까, 그냥 ‘빨리’도 아니다. ‘빨리빨리’가 마치 태어날 때부터 한 단어처럼 붙어있었나 싶을 정도다. 어디 사람 뿐인가? 조직, 사회 전반에 걸쳐 애나 어른이나 가릴 것 없이 속도를 최고의 미덕으로 삼고 있다. 말도 빨리하고 식사도 씹는 둥 마는 둥 하고 운전도 양보 없이 빨리 하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이 유치원에 적응도 하기 전에 실시하는 영재교육이니 조기교육은 부모의 자랑이고 건물의 최단시간 완공이 마케팅 요소로 둔갑한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것들이 문제인지 모른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성장의 근거가 이러한 ‘빨리’를 강조하는 민족의 기질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속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먹고사는 문제, 즉 생존과 직결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빠름을 미덕으로 삼았던 시대를 지나 우리는 보다 행복을 우선으로 보다 여유가 넘치는 삶을 가치로 여기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은 고도의 경제 ‘성장’보다 사회적 안전망으로 부를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먼저 아닐까

며칠 전 일어난 봉평터미널 버스추돌사고가 이슈다. 사건의 참담함이나, 이런 사고가 일어난 황망함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사건 이전에 이미 장소만 달랐지 똑같은 인명피해가 났던 사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달라진 것은 없이 안타까운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안전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있는 제도나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사람들의 인식 안에서 아주 작은 것들을 바꾸려는 노력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빠름에 대한 거부다.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사회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빠름 보다는 ‘느림’의 가치를 토론의 장으로 불러와야 할 것이다.

서행을 해야 하는 스쿨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교통사고는 내 아이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시공한지 얼마 안 된 건물에 유격이 생기고 갈라짐이 생기는 일도 내 가정과 무관한 일이 아니다. 불행이라 부르지만 실상 사람의 잘못으로 일어난 참혹한 인재(人災)는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저 멀리 조용히 흐르는 무심천을 바라본다. 언제나 평온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지만 갑작스럽게 장마라도 내리고 물살이 빨라지면 정말 무서운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조용하게 흐르는 무심천인가, 빨라져서 주변을 휩쓸어버리는 무심천일까. 느리게, 더 느리게 생각하고 걷고 싶어지는 날들이다.
 

이기수 / 충청북도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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