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녀와 함께 읽는 생각하는 독서 ‘큰 바위 얼굴’ <나다니엘 호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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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들이 병풍을 이루고 있는 골짜기, 그 곳의 깎아지른듯한 절벽 위에, 멀리서 보면 사람의 형상처럼 보여 ‘큰 바위 얼굴’이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장엄하면서도 인자한 모습을 지닌 큰 바위 얼굴을 보면서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예언을 믿어왔다. 큰 바위 얼굴을 닮을 고귀한 인물이 이 곳에서 탄생할 것이라는…….

이러한 믿음 속에, 언젠가부터 이 지역 출신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친 사업가, 장군, 정치가가 마을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금의환향하는 이들을 보면서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며 환호했지만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모두가 출세는 했지만, 인품이 좋지 않거나 생각과 행동이 일치된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달랐다. 큰 바위 얼굴의 전설을 듣고 자라온 그는 위대한 인물을 만나기를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도 큰 바위 얼굴을 닮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하루의 일이 끝나면 명상하듯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존경의 눈빛을 보냈고, 그러면 큰 바위 얼굴도 어니스트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어주는 듯 했다.
이러한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어니스트는 나이가 들면서 더욱 지혜로운 인물이 되어갔다.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한 시인은 어느 날 야외 연단에서 연설하는 어니스트의 모습에서 큰 바위 얼굴을 보았다.
❴저 멀리 서쪽으로 기우는 태양의 황금빛 속에 큰 바위 얼굴이 뚜렷이 보였다. 그 주변을 둘러싼 흰 구름은 어니스트의 이마를 덮고 있는 백발 같았다. 그 광대하고 자비로운 모습은 온 세상을 감싸 안는 듯하였다. 그 순간 어니스트의 얼굴은 그가 말하고자 하던 사상과 일치되어 자애롭고 장엄한 표정을 지었다. 시인은 참을 수 없는 충동으로 팔을 높이 들고 외쳤다. “보시오! 모두 보시오! 어니스트 씨야말로 큰 바위 얼굴과 똑같습니다.”❵(세계단편소설33선(북앤북) 중에서)

미국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이 1850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문장 곳곳에서 인생의 깊은 맛이 느껴진다. 교훈적이지만 뻔한 식상함이 아닌 진솔하고 소박한 감동이 다가온다.

잔잔한 반전의 매력도 있다. 마을 사람들이 기다리는 큰 바위 얼굴은 단지 유명하거나 출세한 사람이 아니다. 말과 사상, 행동이 일치하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덕을 갖춘 사람, 그래서 사회적으로 명망을 얻고 존경을 받는 그런 인물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훌륭한 인물의 조건에 대해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일 것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지 약 20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정치인, 법조인, 고위 공직자 등 소위 출세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비리와 막말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물질만능주의, 방법이야 어떻든 경쟁에서 이겨 출세만 하면 된다는 출세지향주의 등 우리사회에 만연된 잘못된 의식들이 만들어낸 일그러진 모습들이다.

‘큰 바위 얼굴’은 이러한 시대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인가’ 라는 삶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을 제시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지혜로운 인물이 나타나기를 희망하는 것은 인지상정인 듯 싶다. 정치, 경제 등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어니스트처럼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지혜롭고 존경할만한 인물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연인형 / 국어·논술·NIE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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