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프랑스 파리로 혼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파리 특유의 분위기도 좋았지만 그보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현지 사람들의 문화가 부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독서 문화’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이나 잡지, 신문을 들고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지하철을 탈 때부터 내리는 순간까지 책에서 시선을 놓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흔들리는 대중교통에서 흐트러짐 없이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이란 얼마나 멋지던가.

멋지기도 했지만 나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속 획일적인 모습, 핸드폰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먼 훗날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자화상은 ‘작은 화면에 갇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었고 큰 사회적 문제로 치닫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이 조그만 기계가 제공하는 보다 감각적이고 좁은 세계에 평생 매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 중독은 중독 이상의 사회적 의미가 있다. 다름아닌 ‘절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절제가 무너진 개인들의 부작용 뿐만이 아니라 그런 개인들이 모여 이룬 건강하지 못한 사회의 부작용 말이다.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범죄나 자살율의 급증요인과 스마트폰의 중독율 증가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걸까? 스마트폰이 병들게 하는 이 시대의 문화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문화는 우리 시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나는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를 ‘몰입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 중에 하나다. 책을 통해 우리는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태도를 배운다. 새로운 감각과 사유를 얻고, 우리가 알던 지식들은 서로 연결 된다.

책을 읽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하고 문학을 생산하고 접하는 세대의 저변이 넓어져야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 간접적으로 타인의 삶을 경험한다. 이야기를 통해 치유받고 이야기를 통해 공감한다. 공감은 배려를 낳고 배려는 관계를 행복으로 이끄는 가장 기본 단위다. 사회에 필요한 것은 경제적 ‘성장’이 아니라 독서를 통한 인간의 ‘성숙’일지도 모른다.

한편 철강산업, 조선사업의 하락으로 국내 경제가 휘청이는 요즘, 새로운 대안으로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일컫는 ‘문화산업’이 이슈다. 모두가 문화산업을 말하는 이때, 과연 문화산업을 이루는 기본 콘텐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다. 문학이 영화가 되고 음악이 되고 테마파크가 된다. 문화산업의 파급력 외에도 문학이 개인에게 주는 긍정적 혜택을 열거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라다.

최근 충북은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외에도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충북에 유치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문학관을 단지 건립이냐 미건립이냐의 문제로 보지는 않아야겠다.

시민들의 마음 속에 독서문화가 스며들 때, 지역에 책을 읽고 함께 얘기하고 인생의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는 분위기가 먼저 조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크고 넓은 국립한국문학관보다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작은 문학관을 먼저 짓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기수 / 충청북도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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