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서 힘없는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러 세우는 목소리, 연령대는 70~80대로 보이는 할머님께서 버스정류장 옆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물을 팔고 계셨다. 시장과 가까운 버스정류장에 홀로 앉아 나물을 팔고 계신 할머니. 버스를 기다리며 할머니께서 파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싱싱해 보이는 나물을 진열해 놓으시고 할머니께서는 큰 소리로 사람들을 주목시키기엔 부족하지만 손짓을 해가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물을 팔고 계셨다. “나물 좀 사가세요.” 할머니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가기 바쁜 현대인. 관심을 보이던 아주머니 한분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굽혀 나물을 살펴보지만 이내 곧바로 지나가던 길을 재촉해 갈 뿐이었다. 잠시 허탈감에 빠져계신 할머니가 관심을 보이던 떠나가는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씁쓸해 하시더니 이내 다른 사람이 지나갈 때 마다 나물을 판다고 다시 장사를 하셨다.

그런 할머니를 20여분동안 쭉 지켜보았다. 내가 타려던 버스를 몇 대 보내고 나서야 할머니께서 웃는 모습을 보았다. 장사에 성공을 하신 거다. 미나리로 보이던 나물을 겨우 한 묶음 파셨음에도 할머니는 싱긋 웃으시며 기분이 좋아지신 것 같았다. 다시 가방에서 미나리 한 묶음을 꺼내시어 진열해 놓으셨다. 허름한 보자기 위에 나물 세 묶음. 3000원 정도에 파시던 할머니께선 다시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장사를 시작하셨다. 그렇게 10여분이 지났을까... 퇴근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퇴근길 집으로 향하는 길을 재촉할 뿐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빠르게 정류장을 지나갔다. 석양이 지는 버스정류장 옆에서 할머니는 그렇게 다시금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계셨다.

할머니가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마다 할머니의 표정에서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졌다. 한평생 누군가의 당신이 되어 지내온 세월 속에서 매일같이 저렇게 나물을 캐고 장터 혹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앉아 시선한번 받기 힘든 세월을 보내셨을 것이라 생각된다. 할머니의 얼굴 주름에서 삶의 흔적을 느끼듯 왠지 모를 슬픔이 지나간 것은 이 때문일까. 저기에 앉아계신 할머님이 미래의 나의 어머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슬픔으로 가득찬 것 같았다. 근 한 시간을 지켜보며 할머니는 미나리 한 묶음 3천원어치를 파셨다. 그 한 묶음 파신 것도 어찌보면 행운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사람들은 많이 지나갔지만 많이 팔지를 못하신 것이다.

슬며시 할머니에게 다가가 미나리 한 묶음을 집어 들었다. 3천원, 시중 길가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한잔의 가격으로 이렇게 싱싱한 제철나물 미나리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왠지 기뻣다. 이 기쁨 속에는 할머니의 웃는 모습과 제철나물로 좋아질 나의 건강,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나물을 사는 사람이 있으니 모두 나를 봐라 하는 광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3천원으로 나는 3천원 이상의 가치를 구입했을지도 모른다.

할머님께 여쭸다. 왜 이곳에서 이렇게 고생하시며 미나리를 팔고 계시냐고 말이다. 요 앞 시장터에서 파시면 더 좋지 않냐 여쭸더니 왠지 쉽게 알려주시지는 않았다. 그저 사줘서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 하셨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정류장과 멀지 않은 시장터로 가보니 시장터 앞부터 정류장의 할머님과 같은 분들이 즐비하게 앉아서 장사를 하고 계셨다. 하지만 시장터에는 사람이 많아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대형마트가 생기고 동네 곳곳에 중형마트가 생기다 보니 이렇게 직접 물건을 파셔서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님들이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형시장이 아닌 조그마한 시장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퇴근길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찾는 주부들도 발길이 뜸한 것 같았다. 그렇게 정류장 할머니는 시장에서 정류장 앞으로 흘러 오셨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렸을 적 동네시장은 저녁즈음이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장사를 하시는 분들과의 흥정으로 싸고 질 좋고 양 많은 반찬거리를 손에 들었을 때는 인간미 넘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었는데 대형시장과 중형마트에 밀려 사람들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 시장으로 변모하는 자체가 너무나도 슬픈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시장 활성화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한다면 다시금 사람향기가 나는 동네 시장으로 변모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과제일 것이라 생각한다. 3천원에 할머님들의 표정에 웃음이 넘치는 그러한 광경을 다시금 볼 수 있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슬퍼보이지 않는 시장풍경이 되길 바라매 충북 도민 모두가 전통시장, 동네 작은 시장을 많이 애용하는 모습이 보였으면 한다.
나의 오른손에 들린 검은 봉다리 안의 3천원짜리 미나리 한묶음, 집에 가서 어머님께 맛있게 무쳐서 밥한공기 뚝딱하는 행복밥상이 되길 바라매 검은 봉다리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나의 어렸을적 모습을 생각하며...

박현순 / 충북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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