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군 좌구산천문대에서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는 사람들이 자주 우주를 느꼈으면 한다.
그것은 오래된 별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유한성과 마음의 평화가 다른 곳에 있지 않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주를 느끼라고 말해놓고 나니 꼭 이 문장이 주는 분위기가 사이비 종교 같이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종교적인 문제도, 어렵거나 거창하고 철학적인 문제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계절의 변화, 하루에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잊고 사는 공전과 자전을 느끼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하고 싶다.

별은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다.
지금 우리 눈에 닿는 별빛은 과거의 빛으로 과거에 출발한 빛을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모든 별빛은 과거라고 할 수 있다. 한 낮에 내리 쬐는 태양빛도 1억 4960km의 거리를 8분전에 출발한 빛이 닿는 것이다. 북극성은 더욱 멀리 떨어져 있어 감히 거리로도 가늠할 수가 없다. 빛의 속도로 계산하면 대략 430광년 떨어져 있다고 한다. 쉽게 설명하면 지금이 2016년이니까 1586년에 출발한 빛이라고 할 수 있다. 1592년에 임진왜란이 시작되니 조선이라는 나라에는 전쟁의 불길한 기운이, 일본은 침략준비로 열을 올리고 시대의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별빛은 그저 우리의 눈에 닿은 것 뿐인데, 별빛은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는데 사실 많은 의미를 주고 있다.

지금 그 시절 태어났던 사람은 모두 이 세상에 없다. 모든 것은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음을 맞이한다. 삶과 죽음 앞에선 어떤 인간사의 갈등도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다. 우스갯소리지만 별을 보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라는 것이 참 ‘별 볼 일 없는’이라고 느껴진다.

충청북도는 우주를 느끼기 좋은 곳이다. 다시 말해 별을 보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우선 관측의 최대걸림돌인 ‘빛공해’가 많지 않다. 깨끗하고 맑은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보니 조금만 시골로 가도 촘촘한 별빛을 볼 수 있다. 가까이 증평군에는 좌구산천문대가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좌구산천문대 주변으로는 대도시가 없으니 조건이 충분한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 가장 큰 굴절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 다른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는 천체들의 모습을 보다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도심에서 보는 별과 시골의 별빛은 다르다. 시골에서 보는 별빛은 더 많고 더 영롱하고 더 감성적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좌구산천문대를 찾아가보길 권한다. 우주를 느끼는 시간을 맞이하길 바란다. 혼자 가도 좋지만 가족끼리도 함께 관람할 수가 있다. 특별한 추억과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이기수 / 충청북도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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