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기차의 순방향 좌석으로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가올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 역방향을 좋아하는 사람은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내가 품고 있는 기차에 관한 기억을 둘 중에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역방향을 탄 마음과 같다.
어렸을 적 할머니 손에 이끌려 기차를 타던 플랫폼의 투박한 풍경이 생각난다. 통일호, 비둘기호로 불리며 작은 역, 큰 역 모두 섰던 완행열차의 느릿함, 덜컹거리는 객차 사이의 틈 속을 마주한 아찔함, 지금은 출입할 수 없지만 꼬리 칸에 서서 멀어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쐬었던 바람의 느낌들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KTX가 도입되어 시속 300km의 속도로 달리고 전국의 주요 도시가 반나절 생활권으로 연결되었지만 내 기억속의 기차는 느리지만 다부지고, 시끄러우면서도 순박한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왜 일까? 이제는 달라진 기차의 속도만큼이나 삶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지만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그 시절의 풍경은 그립기만 하다.

이런 나의 개인적 향수나 기대와는 무관하게 최근 철도가 전국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것은 전국의 10여개 지자체들이 ‘국립철도박물관’ 유치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지 매입비를 제외한 사업비로 최대 1000억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국립철도박물관은 건립 시 연간 방문객이 200만명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다. 철도박물관만의 특수성, 이로 인한 고용창출, 지역브랜드이미지 상승 외에도 다양한 부가가치가 예상되는 사업이기에 전국 지자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충청북도와 청주시도 국립철도박물관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충북 내의 지역에서 제천과 청주가 경합을 벌이던 중 최종적으로 청주시 오송역 인근으로 후보를 내세운 것이다. 제천이 탈락한 점은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충북 청주에 세워져야 하는 것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현재 살고 있는 도민으로서가 아닌, 전국의 주요 경쟁 지역에 비해 오송역 인근이라는 위치의 접근성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타 도시에서도 접근하기 좋다는 것이 ‘국립철도박물관’의 ‘국립’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가? 이러한 지리적 조건 외에도 인근 지역의 거주밀도나 인프라도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이 향후 선정에 기대되는 점이다. 충북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할 것이라는 점도 기대가 커지는 대목이다.

이미 해외 주요 관광도시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지만 국립철도박물관은 지역의 좋은 콘텐츠다. 세계 최초로 철도를 발명하고 상용화한 영국의 중소도시 요크시에는 국립철도박물관이 있다. 규모가 작은 이 도시의 관광객들도 철도박물관으로 인하여 도시를 찾고 있고, 당일치기 여행 중 꼭 들르는 곳을 국립철도박물관이라고 할만큼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고 한다. 기존 기차역을 활용한 프랑스의 오르셰 미술관도 좋은 예 중 하나이다.

철도박물관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다. 기차가 갖고 있는 친숙함과 다양한 테마를 활용한 관광요소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또한 기차의 이미지는 편리하며 안전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사실 유치와 건립 장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깊이 고민해 봐야할 것도 분명 있다. 그것은 향후 국립철도박물관이 담을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테크네한 국립철도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을 뜻하는 단어 테크닉은 본래 라틴어 테크네가 어원으로 테크네의 뜻은 기술과 예술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철도는 모든 세대에게 추억이 있는 존재이자 발전이 기대되는 테크네한 교통수단이다. 향후 건립될 국립철도박물관도 기술의 발전 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예술성까지 철도와 연계한 콘텐츠로 동시에 담아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박물관으로 거듭날 것이다.

최초의 증기기관차에서 비둘기호,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KTX, 그리고 시속 430km로 달리는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까지 달리는 속도와 시대의 추억은 다르지만, 철도를 생각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과 친근함은 같을 것이다. 충북도민의 기대와 관심이 순방향으로 가길 기원한다. 오는 6월 국립철도박물관 유치에 최종선정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이기수 / 충청북도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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