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봄은 무심천에서 시작된다.
겨우내 얼어있던 하천이 다시 흐르고, 앙상했던 나뭇가지마다 꽃이 피면 그 누구라도 마음이 설레게 된다. 우리 마음에도 봄이 찾아온 것이다.

흩날리는 꽃잎 아래 무심천을 걷는다. 무심(無心)하게 무심천이 흐르지만 흙냄새, 꽃냄새를 맡으며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유심(有心)해진다. 아련하게 옛 추억도 떠오른다. 길거리에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의 웃음소리 끊이지 않는다. 거리 자체가 온통 구름 위에 방방 떠있는 듯하다. 봄은 우리의 눈과 마음을 멀게 한다. 이런 날 마음이 있는 상대와 걷다보면 쉽게 사랑에 빠진다. 음료수만 마셔도 어쩐지 취할 것 같은 그런 계절, 봄이다.

얼마 전 청주 무심천에서 열리는 직지마라톤에 참가했다. 벚꽃이 핀 무심천가를 걷는 것도 운치가 있는 일인데 뛰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많은 인파가 오전부터 운집했다. 몸을 풀고 있는 사람들, 단단하고 마른 근육을 가진 건강한 몸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생전 처음 마라톤에 참가한 나에게는 생소한 광경이었다. 그저 재미와 호기심으로 참가한 나와 다르게 대부분의 참가자 표정에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결의가 대단해보였다. 그들이 이 대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밤과 낮을 뛰었는지 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는 고작 마라톤 전에 시험 삼아 이틀을 뛰어본게 다였으니 섣불리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건 반칙이며 욕심일 것이다. 노력의 댓가는 언제나 정당해야한다.

허약한 몸뚱아리를 끌고 뛰려니 고작 10km의 구간도 만만치 않다. 세상 모든 것이 연습이 필요하듯 달리기도 연습이 필요하다. 호흡이 가빠오고 땀이 삐질삐질 흐르는 와중에도 우리 인생살이가 뜀박질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앞서 거니 뒷서 거니 하지만 결국에는 종점이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우리가 애써 운동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걷는 것만으로는 효과 있는 운동이 되지 않는다. 뛰어서 땀을 흘리고 호흡이 가빠져야 신체 각 부위에 근력이 붙고, 지구력이 생기고 비로소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백날 가벼운 컵을 아령처럼 수십 수백번 들어올린다고 해서 운동이 되지 않는다. 직장에서 바쁘다고 사무실을 왔다갔다 한다고 해서 운동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 시대의 많은 청춘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이 시대의 청춘들이 긴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을 생각하기보다 취업이나 연애, 결혼, 내 집 장만, 출산이라는 단거리 달리기만을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자주 페이스가 휘말리고, 지치게 되고 낙담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무작정 뛰어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진 않다. 다만 지금보다 좀 더 건강한 육체를, 반복된 삶에 지치지 않을 체력과 정신을 기르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달리기를 권하고 싶다.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풍경을 감상해보자, 나만의 온전한 에너지로 레이스를 시작해보자. 그것이 책이 되었든, 사람을 만나는 것이든 그 무엇이든 좋다. 당신의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에 이미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기수 / 충청북도 SNS서포터즈

저작권자 © 충북도정소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