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빙(Natural- being)이 각광받고 있다. 웰빙을 넘어서 ‘자연과 함께하는 참살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산림청은 산림자원을 활용해 휴양, 치유, 교육,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주말 ‘천년의 숲 힐링로드를 가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3시간 여 운전을 해 달려간 곳은 굽이굽이 물길이고, 산길이었다. 고목림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동안 보전되어온 야생성을 접할 수 있는 삼림욕장이다. 1박 2일을 숲 안에서 나무, 흙, 새, 바람 등 자연과 더불어 지냈다.

길은 하늘로 나 있었다.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아름드리 나무들이 넉넉한 품으로 일행을 맞았다. 뾰족뾰족 밀어낸 잎눈은 사해 문서를 기록하는 펜촉 같다. 겨울을 건너와 환하게 그늘을 밝히고 서 있는 생강나무에서 꽃송이가 뚝뚝 떨어진다. 수직의 국경을 넘고 있다. 요염하게 수술을 늘어뜨린 올괴불나무꽃은 또 얼마나 심미적 위안이 되던지.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쉼 없이 숲길을 걸었다.

아까시나무, 밤나무, 국수나무, 잣나무, 생강나무 가 열병식을 하듯 서 있다. 어디쯤에는 소나무가 주인이고, 어디쯤에서는 참나무가 주인이고, 또 어디쯤에서는 낙엽송이 일가를 이루고 있었다. 굴참나무 소나무가 나란히 어깨를 겨누고 있다. 다정하다. 신갈나무 사이사이 잣나무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였다. 조림이다. 청설모의 소행이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산모롱이를 돌고 돌았다. 아, 저기 잣나무다.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청설모가 이 멀리서 잣을 물어다 또 다른 숲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다람쥐가 참나무 숲의 주인 이라면, 청설모는 잣나무 소나무 숲의 주인인 것이다. 1등 공신이다. 인간은 늘 숲에 들어 주인행세를 한다. 그들을 위협하고, 경계심을 갖도록 한다.

나무 인터뷰하는 시간이었다. 각자 자신의 나무를 정하고 그 나무에 기대어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그 그 나무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20명 함께한 사람들이 어찌나 나무인터뷰를 잘 했던지 연실 울컥울컥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비스듬한 돌무더기, 나무 그루터기에 기대 앉아 소나무 참나무 낙엽송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과거 숲, 나무는 단지 목재를 생산하는 경제적 기능이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휴양기능으로서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숲에는 다양한 치유인자가 있어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무밑을 어슬렁거리는 것 만으로도 육체적 정신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무‘ 라고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본다. 마치 입 속에서 작은 바람이 이는 것 같다. 새들이 포르르 날아들 것 만 같다. 사람들이 등을 기대고 이마를 닦는 모습도 그려진다. 인간은 자연 상태로 돌아가고자 회귀본능을 갖고 있다. 자연을 닮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은 최근 들어 웰빙 즉,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로 나타나고 있다.

신준수 / 숲 해설가

저작권자 © 충북도정소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