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으로 세상을 지피는 사람

2008년 11월 출발… 지금까지 2천666가구에 53만여장 배달

이맘때면 그 누구보다도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하는 황흥용(52) 충북연탄은행 대표(열린문교회 목사). 올 겨울에도 따뜻함이 필요한 750 가정에 연탄을 배달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살을 떼어 주는 고통’을 감내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는 황 대표. 그는 연탄 한 장에 마음까지 담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온기를 갖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충북연탄은행을 설립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그리고 명칭처럼 연탄공급만 하는가?
2006년 용담동에서 목회를 시작했는데, 당시 용담동에 연탄을 때는 집들이 많았다. 대부분 어려운 가정이었다.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고, 집은 낡고 허름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소외된 이웃들에게 겨울은 매우 힘겨운 시간이다. 추운 겨울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난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설립하게 된 것이 충북연탄은행이다.
2008년 11월 충북대 학생 8명과 함께 청주 시내 9가정에 연탄을 배달한 것이 첫 출발이었다. 지금까지 2천 666 가구에 53만 1천506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이들은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연탄을 때는 세대는 난방 뿐 아니라 생활도 궁핍하다. 그래서 여름에는 장마에 대비해 집수리와 전기설비를 봐 드리고, 도배와 장판교체 등의 주거생활과 관련한 지원을 하고 있다. 매해 바자회를 열어 그 수익금으로 쌀과 생필품도 나누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병원에 모시고 가는 일도 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런 작은 돌봄이 필요한 이웃들이 많다.

| 연탄 한 장은 3.6㎏밖에 안하지만 수백 장 씩 매일 배달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힘든 점은 없는가?
이맘때면 정말 바쁘고 힘든 것이 사실이다. 주말엔 자원봉사자가 많은 데 비해 평일엔 자원봉사자가 없어서 쩔쩔 매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어쩔 수없이 나와 부목사 둘이서 트럭에 연탄을 싣고 배달을 한다. 차가 진입할 수 없는 비탈진 길이나 골목길을 만날 땐 난감하다.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일 년에 한번씩 750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실태조사도 엄청난 체력 소모전을 펼쳐야지 가능한 일이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기금이 부족해 연탄이 필요한 가정에 충분히 공급해 주지 못할 때나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금액이 드는 공사가 필요할 때다. 연탄이 부족하거나 수리비용이 부족할 때면 안타깝다.

| 힘든 만큼 보람도 있을 텐데, 기억에 남는 일이나 사람이 있다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보람되다. 고맙다며 지갑을 털어 시장에 가서 생닭을 사서 주시는 어르신, 홍시를 만들어 잘 보관했다가 자원봉사자들에게 주시는 할머니…. 그 분들의 환한 웃음을 보면 행복하다.
형편이 나아져 연탄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곳으로 이사하시는 분을 볼 때도 흐뭇하다. 난방 걱정만 줄어도 그게 어딘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에게도 감사하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수년 동안 연탄을 기부하시는 후원자들,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기부하시는 분, 매년 가족이 나와 배달 봉사를 하는 천사 같은 분들에게 고맙다. 일본에서 방송을 듣고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연탄은행을 찾아오신 분도 있었다. 기적 같은 일이다. 해마다 잊지 않고 배달 봉사를 하는 도청 공무원 가족의 얼굴도 눈에 선하다.
세광 고등학생 3명이 장학퀴즈 우승 상금으로 연탄 6천 장을 기부했던 일도 있다. 영특할 뿐 아니라 마음까지 훌륭한 친구들이다.
좋은 일이 아닌 슬픈 일로 기억에 남는 분들도 있다. 수년 간 돌봐 드리던 어르신이 돌아가실 때가 그렇다. 힘겹게 사시다 돌아가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 끝으로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탄 한 장이 주는 의미는 정말 크다. 차가운 방바닥 뿐 아니라 마음까지 뜨겁게 해 주는 것이 연탄이라고 생각한다. 연탄 한 장 들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이웃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다.
커피 한 잔 값이면 연탄 10장을 살 수 있다. 연탄 10장은 어려운 이웃이 3~4일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양이다. 여러분의 작은 사랑이 연탄이 필요한 이웃에게는 큰 기쁨이며 감동이다.
연탄 때는 가정을 옆에서 살펴주는 것도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특히 비나 눈이 오는 날엔 가스중독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웃에 사는 어르신들을 잘 살펴줬으면 한다.
그리고 간혹 연탄을 때는 세대에서 발생하는 냄새나 재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해하고 참아주셨으면 좋겠다.

연탄한장의 따뜻함을 나누시려면
배달 봉사 및 기부 문의: 291-0688 충북연탄은행

정예훈 / 프리랜서 (사진 서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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