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경 서각 초대전 ‘나무와 나눈 이야기’

“사람의 생김생김이 저마다 다르듯이 나무들 또한 이름도 생김생김도 향기도 다 달랐습니다. 나무마다 새겨진 나이테의 모양도, 나무들이 품고 있는 사연도 제각각이었습니다. 그 속에 숨어 있는 사연들을 칼로 돋을 새김하는 과정은 또 다른 인생을 들여다 보는듯한 설렘과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밝은솔 황해경 작가는 서각은 나무의 또 다른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나무의 인생은 우리네 인생과 다를 것이 없다고도 한다.

11월 16일까지 청주 미동산수목원에서 열리는 ‘나무와 나눈 이야기’ 황해경 서각 초대전. 가을 나무 사이에서 나무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초등학교 때 조소부 활동을 하면서 접한 조각을 다시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요. 우연히 동네 도서관에서 목공예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무에 빠지게 되고 서각이라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죠. 지금은 서각 때문에 서실도 다니면서 글씨 공부도 하고 있어요.”

워낙 배우는 것을 좋아한 황 작가는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저는 전통 서각과 현대 서각을 같이 접목시켜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그럼 색채나 표현이 더 풍부해 져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죠. 나무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장점이 있어요. 각을 치다가 잘못 쳐도 그것 그대로 멋이 될 수 있죠. 나무의 색, 향, 결, 옹이, 벌레 먹은 자국까지 그대로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 저만의 창작이 아니라 나무와 나누는 이야기 같은 거죠.”

황 작가는 절대 작품을 위해 살아있는 나무를 베지 않는다고 한다. 오래된 문짝, 도마, 빨래판, 불에 탄 나무, 잘려진 나무처럼 생활 속의 나무를 이용, 새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특별히 만든 작품, ‘더불어 숲’은 신영복 교수의 책의 한 대목을 옮겨 놓은 것이다. 나무의 모습을 사람의 모습으로 형상화 해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사람도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수목원에서 전시회를 갖는 다는 의미에서 내용도 나무를 중심으로 만들었어요. 한자로도 나무 목(木)이 사람 모습을 하고 있잖아요. 실제로도 사람과 나무의 DNA가 비슷하다고 해요. 사람과 나무는 참 비슷한 점이 많아요. 그래서 더 서각이라는 작업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번 서각전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생활 서각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찻상과 가훈, 좌우명, 문패 등 일상용품에서도 예술의 생활화를 추구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내년에는 제가 지도하고 있는 밝은솔 서각회의 첫 전시회도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 서각이라는 분야가 일반 분들에게 더 편하게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우리가 느끼는 나무의 모습과 또 다른 나무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은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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