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도깨비는 상제로부터 500년간 속리산 천왕봉에 있는 삼파수를 사악한 무리들로부터 지켜내면 사람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었다. 하여, 500년을 다 채워 가는데 느닷없이 공주가 나타나 삼파수를 찾아 헤매니 마음에 갈등이 일어난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공주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전래동화가 아니다.
제1회 충북스토리텔링공모전 최우수작인 ‘삼파수의 종갓집, 속리산’이란 작품의 한 부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속리산이 배경이고 삼파수를 찾기 위한 천상의 공주와 그 삼파수를 지켜야하는 도깨비의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황장섭(48)씨는 속리산이야 말로 우리 민족의 정신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한다.
“속리산(俗離山)은 지명에서 나타난 것처럼, 세속을 벗어난 또 하나의 세상이며, 8대, 8봉, 8석문의 기암괴석은 마치 도깨비들의 장난 같은 신비로운 지형을 지니고 있는 산입니다. 또한 불교문화에 바탕을 둔 토속신앙이 많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속리산을 소재로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우리 민족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야기의 중요한 소재인 삼파수의 발원지이기도 한 속리산을 배경으로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개발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충북의 대표적인 산이기도 한 속리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이번 공모전에 응모하게 됐다고 한다.

“속리산은 조선 3대 명수 중의 하나인 ‘삼파수(三派水)’의 발원지입니다. 조선 중기 간행된『용재총화』와『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곳에 내린 빗물이 동으로 떨어져 낙동강, 남으로 떨어지면 금강, 서로 떨어지면 남한강이 된다.’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명성이 자자했던 산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속리산의 또 다른 매력을, 충북을 넘어 전국적으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대구에 살고 있는 황장섭씨는 충북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30년 전, 펜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처음 청주를 방문했을 때, 플라타너스 나무가 양쪽으로 길게 서 있는 가로수길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녹음 짙푸른 또는 단풍드는 계절이 되면 그곳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그 길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좋아지곤 했습니다. 이번 공모전으로 인해 또다시 좋은 인연을 맺게 된 것 같아 감사할 뿐입니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스토리텔링의 마력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는 황장섭씨는 스토리텔링이야 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낼 수 있는 창조산업이라 말한다.
“‘로렐라이’는 독일 라인강 기슭에 있는 평범한 바위였고, ‘에비앙’이라는 생수는 프랑스의 작은 산골마을 지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별거 아닌 것 같았던 그것에 스토리가 입혀지자 수백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고, 세계 생수시장을 석권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반만년의 역사에 걸맞게 수많은 문화유산이 전해져오고 있어, 상품화할 만한 자원들이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스토리텔링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 공주와 도깨비의 사랑이야기가 어떻게 충북을 대표하는 이야기로 진화하게 될지 기대해 본다.

 김은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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