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살던 시절 지역사회에서 준 장학금이 여섯 남매를 키우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이젠 제가 은혜를 갚아야 할 때지요."

7월 15일 충북 보은의 속리초등학교 교장실에 백발의 할머니가 현금 100만원이 담긴 돈봉투를 들고 찾아왔다.

인근 마을에 사는 이갑순(81) 할머니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면서 장학금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이 할머니의 여섯 자녀는 모두 이 학교를 졸업했다.

그녀는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에 자녀들이 이따금 받아오는 장학금이 생활에 큰 보탬이 됐다"며 "이웃의 관심과 도움 속에 여섯 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웠으니 이젠 내가 도울 차례"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장녀인 이길자(57·여) 산외면장이 지난해 모교인 이 학교에 후원금을 내놓는 것을 보고 자녀들이 놓고 간 용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자신이 되갚은 장학금이 세월이 흐른 뒤 또다른 장학금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할머니는 "산골학교여서 아직도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몇푼 안되는 돈이지만, 좋은 곳에 쓰여 장학사업을 대물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 할머니가 내놓은 돈을 학생들의 체험활동비로 쓸 계획이다.

김성구 교장은 "이 면장에 이어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보는 사람까지 훈훈하게 한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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