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부부의 날, 선행부부 김학준․이정기 부부

40년.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는 시간을 함께하며 항상 한 결 같이 옆에서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 평생을 함께한다면 더 바랄게 뭐가 있을까.
“우리 집 양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평탄하게 그냥 세월 흘러가듯 잘 살았나 봐요.”

올해로 여덟 번째인 ‘부부의 날’에 선행부부상을 탄 김학준(66), 이정기(64)부부. 서로 사랑하면 닮는 다고 했던가. 큰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인 김학준씨와 달리 방실방실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이는 이정기씨는 확실히 닮았다. 그들이 쌓아 온 세월이 그 모습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75년도에 중매로 만났죠. 그때야 뭐 다 그랬으니까. 두 달 만에 결혼했나? 친정 오라버니가 이 양반 됨됨이를 보더니 괜찮은 사람 같다고 권유했죠.”
그렇게 두 달 만에 결혼까지 한 부부는 아들 둘, 딸 하나를 낳고 지금은 손자가 7명이나 된다. 곧 있으면 여덟 번째 손자까지 볼 예정이다.
“결혼하고 나서 하는 일 마다 다 잘되어서 크게 고생한 일은 없었어요. 뭐 두 번 정도는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사람이 내 성격 맞춰주고 사느냐고 고생 많았어요. 시집와서 제대로 잘 해주지도 못해서 미안하고 그렇죠.”
김학준씨는 아내에 대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이 다 그렇듯 김학준씨도 열심히 일하다 보니, 또 자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몰라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특히 아내에게는 더 그렇다.
“그래서 이번에 상 받는 것도 부끄러워요. 우리 보다 더 좋은 사람들도 많을 텐데. 괜히 미안하고 받아도 되는 건가 싶고 그러네요.”

특히 이번에 선행부부 상을 받게 된 데는 이정기씨의 봉사 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 청주시 산남동 주민센터 봉사회 소속인 이정기씨는 우리 동네 대장님으로 통한다. 이웃들을 위한 일이라면 어디든 팔 걷고 나서는 열혈 봉사원으로 오랫동안 반찬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일과 봉사일이 겹쳐 미리 반찬 만드는 봉사를 마무리 해 놓고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부부의 자녀들도 각자 자리에서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고 있다. 큰 아들은 소방관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둘째 아들도 식당을 경영하며 ‘착한가게’로 수입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남편 김학준씨도 퇴직 후엔 아내와 함께 봉사에 적극 참여 할 생각이란다.

마지막으로 요즘 젊은 부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이정기씨가 방글방글 웃으며 대답한다.
“다른 게 뭐 있겠어요. 그냥 시간 흘러가듯 순리에 맞게 살아가는 거지. 옆에서 지켜봐주고 믿어주면, 다른 거 필요 없고 그런 마음만 있으면 크게 힘들게 없는 것 같아요.”
믿음만 있다면 40년이든 50년이든, 시간이 상관있을까. 100년이 되어도 부부라는 연을 이어가며 이렇게 평안하게 함께 할 수 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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