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공·책봉 제도로 희생된 공녀들 이야기
진천 이월 기황후는 오척의 딸일 가능성

빼앗긴 봄 공녀
빼앗긴 봄 공녀
조혁연 충북대학교 교수
조혁연 충북대학교 교수

 

 

조혁연 충북대학교 사학과 초빙교수가 첫 책 '빼앗긴 봄, 공녀'를 출간했다.

이 책은 세창미디어에서 발행한 역사산책 11번째 이야기이기도 하다.

총 5장으로 구성된 '빼앗긴 봄, 공녀'는 1장에서 동아시아와 조공질서에 대해 소개하고 2장에서는 삼국시대의 공녀, 3장은 고려시대의 공녀, 4장 조선시대의 공녀, 5장 국내의 '황친'과 그 대우를 기술했다.

이 책은 처절하면서도 권력의 음습한 그림자가 어슬렁거리는 우리나라 공녀의 역사를 대중서 형식을 통해 통사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다만 역사서와 대중서의 성격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먼저 공녀사를 보다 쉽게 알리기 위해 동아시아 역사에 오랫동안 존재했던 종주국과 번속국 사이의 조공과 책봉관계를 다뤘다. 우리나라 공녀는 삼국시대부터 존재했으나 지금까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고려 이전의 공녀사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공녀라는 소재는 그 자체가 눈물샘을 자극하는 내용이 많아 감성적인 감정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원문에 충실했다. 그러나 사료 원문은 고어체라 접근이 쉽지 않았지만 이를 보안하기 위해 주목할 부분에는 밑줄을 그어 집중도를 높였다.

독자의 편의를 위해 각주를 달아야 할 부분도 모두 문장 안에서 소화해 읽기 쉽도록 배려했다. 생동감 있는 전달을 위해 역사의 현미경을 휴대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동북아는 외교적 역학관계에 따라 '마의 삼각구도'를 만들어 냈고 이 같은 구도 속에서 인구 면에서 늘 열세였던 우리 민족은 피해를 받았고 그 부산물로 생겨난 것이 바로 공녀였다.

북방 민족인 원나라는 고려에 공녀의 공급을 강제했고, 강도는 다소 약했지만, 한족인 명나라도 조선에 공녀를 요구했다. 우리의 어린 동녀들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만주벌판을 지나 중국으로 끌려갔다. 동녀의 극소수는 궁인이 돼 '말 위에서 비파를 뜯고 음악으로 옥 술잔 들게 하는' 사치를 누렸다. 그러나 동녀의 대다수는 인격체가 아닌, 유희물 혹은 공물의 대우를 받았다.

중세를 살던 우리의 동녀들은 물설고 낯선 타국에서 노예 대우를 받다가 '여러 산들이 꿈속에 들어와' 푸를 정도로 오매불망의 사향심을 안은 채 생을 마감했다. 병자호란 때는 환향녀(화냥년)가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우리의 언니·누나가 멀리 위안부로 끌려갔다. 그들도 공녀와 마찬가지로 성(性)을 수탈당했다. 그들은 '빼앗긴 봄'이었다. 그들은 모두 약소국가에 태어났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인생의 봄을 강대국에 저당 잡혔다. 그들은 '짓밟힌 봄'이기도 했다.

조 교수는 "수많은 봄이 짓밟혀야 했던 우리 역사 속의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진천 이월에 기황후는 오척의 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 국내 역사학계가 주목하지 않는 여러가지 근거들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또 하나의 새로운 발견이 된다"며 이 책을 계기로 이 부분이 공론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충북 중원(현 충주)의 산골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신문기자 생활을 하던 중 어깨너머로 본 인문학의 세계가 너무 재미있어 뒤늦게 고고학과 역사학을 전공했다. 충북대학교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과 저널리즘 연구로 석사학위, 동 대학원 사학과에서 사회경제사 분야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 교수는 "앞으로 역사 속에 희생된 여성들의 삶을 더 살펴 다음 책 준비를 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 글 사진 이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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