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화채널에서 ‘박하사탕’이라는 영화를 봤다. 설경구, 문소리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로 특이하게도 영화의 맨 시작이 이야기의 순서상 마지막이고 점차 시간이 역순으로 흘러가는 영화였다. 한마디로 과거로 떠나는 여행이랄까.

큰 기대를 품고 본 것이 아닌데 상영시간 내내 몰입하며 감상했다. 아니 압도당했다고 해야할까.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소시민의 삶, 누구나 한번쯤 돌아가고 싶은 인생의 순간을 때론 담담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다룬 작품이었다. 개인의 삶과 현대사의 비극이 절묘하게 섞여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제목이 영화의 주제의식과 잘 어울리면서 한 편으로 주인공의 삶과 대비되는 것 같았다. 입안에 물면 상쾌한 향이 나는 박하사탕 같은 시기가 언젠가의 나에게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본 영화만큼 영화 속의 장소가 무척 반가웠다. 그중에서도 맨 처음 등장하는 기찻길과 유원지가 보이는 곳은 충주시 산척면 명서리에 있는 ‘삼탄유원지’라는 곳이다. 영화 속에서는 “나 돌아갈래”라는 주인공이 외치는 철교는 삼탄유원지만의 매력이다. 지금도 명장면으로 꼽히는데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들이 야유회를 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하루 4~5편의 기차가 다니고 있다.

삼탄유원지는 남한강의 지류가 흐르는 곳에 자연 발생한 유원지로 삼탄의 ‘탄’은 여울을 뜻하는 한자 여울 탄(灘)이다. 소나무여울, 따개비여울, 광천소여울 세 여울이 어우러지는 곳인데 기암절벽, 산, 강의 세 비경과 어딘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차선로가 함께 있는 보기 드문 명소다. 시원하게 흐르는 강과 사방에 둘러쌓인 산이 주는 아늑함은 어느 휴양지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삼탄유원지는 캠핑장으로 각광 받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무료로 야영을 하고 싶은 캠퍼들이 편하게 즐겨 찾는 곳이다. 큼지막한 플라타너스 나무와 벚나무는 텐트를 설치하기 좋다. 인근의 삼탄역은 충북선의 간이역으로 작지만 대합실에는 도서관도 있어 옛 향수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여행지다. 더 쌀쌀해지기 전에 누구나 즐기기 좋은 삼탄유원지로 캠핑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

 

 / 이기수 충북 SNS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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