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는 하시라도 동호인들과 테니스를 즐길 수 있었지만 증평으로 이사를 하고나서는 여의치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테니스복장으로 출근하면서 테니스를 치고 사무실에 가서 샤워를 하곤 했다. 그러던 중 아파트 창문을 열면 손에 잡힐 듯 한전증평괴산지사 코트가 눈에 들어온다. 4년여를 지켜보았지만 직원 외에는 거의 사용치 않는 것 같다. 지사장을 만나 코트를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쾌히 허락을 했다. 기회가 되는대로 신우회원들과 코트를 이용했다. 올 추석연휴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아들과 연휴 내내 3판 양승으로 단식을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테니스를 치니 재미가 쏠쏠하다. 아들은 몸이 빠르기도 하지만 스매싱이 좋다. 힘을 다하여 공을 되받아치면서 마음속으로 뿌듯하다. 바쁜 중에도 틈틈이 테니스를 치는 아들이 대견한지 8층 아파트에서 아내가 창문을 열고 경기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아들이 잘 하면 환호를 한다. 하지만 내심은 남편을 응원할거라고 생각하니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아파트 주위에는 체육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보강천이 있어 정주여건으로는 전국에서 손꼽힌다. 보강천을 따라 미루나무 숲은 가히 환상적이다. 증평군민의 휴식처이자 문화의 공간이다. 갖가지 축제가 열리고 아름다운 함성이 어우러진다. 미루나무 숲은 연두색의 환한 색으로 빛난다. 부드럽고 환한 녹색의 싱그러움은 연두색의 테니스공을 연상시키고, 테니스의 즐거움을 새삼 느끼게 한다.

운동에 별 소질이 없는 나에게 테니스와의 만남은 아름다운 자연만큼이나 눈부신 행운이다.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지 40여년이 된다. 세월은 두께를 더했지만 레슨을 받지 않고 내 나름대로 터득해서 치니 자세도 잡히지 않고 엉성할 뿐이다. 그러나 동호인마다 변함없이 함께하는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이제는 가족처럼 늘 생각하고 이야기하며 즐긴다.

테니스를 치며 열심히 뛰고 땀 흘리는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진다. 서브, 스토로크, 스매싱, 발리 오로지 그것에 정신을 집중하고 몰입한다. 서브에이스, 드롭발리, 강 스매싱, 멋진 발리라도 성공 시키면 그 순간이 최고의 즐거움이다. 주위에서 “나이스 샷”이라도 한번 콜 해주면 신이난다. 손바닥으로 파이팅을 하면서 정감을 통하면 동성끼리도 금방 최고의 애인이 된다. 게다가 호흡이 맞아 게임이 우리 편 의도대로 흘러 준다면 더없이 좋다. 스포츠란 사람 마음을 단순하게 하고 한곳으로 집중하는 마력이 있다.

테니스는 굉장히 다이내믹한 경기이며 움직임도 많다. 그 와중에 상대방과 두뇌싸움도 벌여야 하니 경기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지루할 틈이 없다. 단식 플레이일 때에도 경쟁하는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날아올지 모르는 공을 받아 넘기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항상 어디든 달려갈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 테니스를 오래 즐기다 보니 나름대로의 전략이 생겨났다. 상대방의 전략을 잘 파악해 빠르게 대처하는 유연한 플레이가 중요하다. 상대방이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스타일이라면 거기에 말려드는 것보다는 무리하지 않고 네트 너머로 안전하게 보내는 것이 낫다. 성격 급한 상대일수록 볼 하나만 더 넘기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플레이해야 한다. 그러다가 찬스가 날 때는 승부 근성을 발휘해서 날카로운 공격이 필요하다.

테니스를 치면서 새로운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테니스를 치지만 은근히 주말이 기다려진다.

증평에서도 동호인 클럽에 입회를 하여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교를 나누고 있다.

아파트 주위에 사는 이웃과 함께 미루나무 숲 코트에서 테니스를 하며 땀을 흘리고 마시는 음료는 꿀처럼 달콤하고 상큼하기가 이를 데 없다.

테니스는 영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귀족운동이지만 한국에서는 가장 소박한 운동 중의 하나가 되었다. 파트너와 상대가 있으면 커다란 구애를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미국 일리노이즈 대학 과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테니스는 정신의 또렷함과 전술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뇌신경들 사이의 새로운 연결을 촉진해준다. 따라서 일생동안의 지속적인 두뇌개발을 향상시켜 준다고 한다. 테니스는 골프처럼 경비와 시간도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 요즘은 전국 어디를 가나 테니스장이 있어 라켓만 준비하면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테니스는 마음과 마음을 통하게 한다. 복식조에서 파트너를 이루어 한사람은 찬스를 만들어 주고 또 한사람은 스매싱이나 발리로써 작품을 완성한다. 파트너가 실수 할 경우가 있다 “파이팅”으로 용기를 주거나 관용으로 따뜻함을 전하는 것은 기본예의이다. 경기진행 중에 징크스나 혼선기가 온다. 때로는 시합 중에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이때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도 갖게 해준다. 파트너와 팀워크를 이루어 경기를 해야 하고 모임에 참석하다 보면 사회성도 좋아진다. 한편으로 동호인 테니스는 거의 복식으로 진행되어 협조가 필요하고 여유 있는 스포츠이다.

테니스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서 날아오는 공을 치는 운동이기 때문에 서로 몸을 부딪치거나 몸이 상할 일이 없다. 테니스야말로 평생 동안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축복받은 스포츠가 아닌가.

의학자인 랄프 파헨바거(Ralph Paffenbarger)가 20년간 10,000명 이상에 대해 연구한 바에 의하면 1주일에 3시간씩 활기차게 테니스하는 사람은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그 사망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테니스선수들은 다른 스포츠 선수들이나 비 스포츠인들 보다 정력과 낙천성 그리고 자부심에 있어서 보다 높은 점수를 얻는 반면 절망감, 분노, 혼란, 근심, 긴장에 있어서는 보다 낮은 점수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테니스는 골프같이 한가롭지 않다. 그렇다고 수영처럼 외롭지도 않다. 탁구처럼 작은 동작들에 머무르지 않는다. 축구처럼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고, 농구같이 몸을 부딪치지도 않는다. 야구같이 번잡하지 않고 배구처럼 큰 신장과 강한 힘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낚시같이 집을 오래 떠날 것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필요한건 라켓 한 자루, 코트, 상대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또 혼자인들 어떠랴

스치는 바람 적당한 격렬함 미끄러지는 아기자기함 파트너와 상대팀 서로의 배려와 승리감

실수의 아쉬움까지도 즐겁기 그지없다.

테니스는 전 세계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스포츠이기도 하다. 테니스 라켓 한 자루를 들고 세계를 여행해 보면 카메라보다 테니스 라켓이 더 환영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윔블던과 US 오픈,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은 오늘날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로서 그랜드슬럼으로 불리면서 전 세계 테니스 마니아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내게도 언제 윔블던에 가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멋진 서브와 발리를 직접 보고 싶은 꿈을 갖게 되었다.

이렇듯 다가오는 인생여정에서 오래도록 지인들과 테니스를 함께 즐길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내가 테니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주말마다 코트를 그리워하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

 

/ 정관영  공학박사, 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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