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미륵대원지

 

고려 초기의 석굴 사원터로 추정되는 충주 미륵대원지. 이 곳은 경주 석굴암의 양식을 계승한 고려시대 유일의 석굴사원으로 중원문화의 중심 충주시 수안보면에 있다. 국내에 현존하는 대부분의 석상이 남쪽을 바라보는 반면 유일하게 북쪽을 바라보는 특이한 구조를 가진 유적지다.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라는 의미에서 나라 이름을 고려로 정했기 때문에 북쪽으로의 진출을 생각하고 만든 건 아닐까 상상해본다.

미륵대원지에서 제일 눈길을 끄는 것은 입구 쪽에 있는 대형 귀조 석부다. 미륵리 사지를 처음 조성할 당시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높이 180cm, 길이 605cm의 투박하고 단순한 형태지만 거대한 거북이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매력이다. 누가 이 거대한 돌을 옮기고 조각한 것이 아니라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자연암반을 깎아 만들었다고 추정한다. 문화해설사의 설명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좌측 어깨 부분에 음각한 작은 거북 두 마리다. 기어 올라가는 형태로 음각되어있는데 너무나 큰 귀조 석부에 몸을 의지하는 작은 거북이가 대조된다. 아마도 부모의 넓은 마음과 자식을 표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상상 속에서나마 먼 옛날 고려 석공의 재치가 느껴진다. 대형 귀조 석부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69호로 지정되어 있다.

통일신라 양식의 미륵대원지 석등도 볼거리 중 하나다. 월악산을 바라보고 있는 미륵리 석불입상과 미륵리오층석탑의 중간에 놓여져 있다. 각 부분이 8각의 평면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지붕돌과 머리장식은 투박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진다. 석등인 만큼 야간에 불빛이 여러 군데로 퍼지게 하려고 4면에 창을 내었다고 한다. 다음 번에는 밤에 찾아와야 할 듯 싶다.

미륵대원지의 하이라이트는 현재 수리중인 보물 제96호 미륵리 석조여래 입상이다. 아쉽게도 당분간 실제 모습을 보기 어려워 사진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긴 눈썹과 투툼한 입술 등으로 표현된 입상은 어딘지 모르게 인자하면서도 친근했는데 고려시대에 유행했던 거불의 형태라고 한다. 화강암 5매를 연결하여 거대한 불상을 조성했다.

입상 앞에 6m의 미륵리 오층 석탑은 5층의 탑신이다. 하단을 가리키는 기단은 자연석으로 추정되는데 해설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탑의 하부와 중부, 상부가 의미하는 것은 땅, 불, 바람이라고 했다. 인간은 언젠가 죽고 흙이 되기 때문에 ‘땅’인 것이고, 모든 것은 ‘불’에 타 없어지는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가둘 수 없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설명을 듣고 보니 탑이 단순히 돌이 아니라 부처의 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석탑은 부처면서 부처의 가르침을 나타내는 거라는 생각까지 미치니 아주 작은 문화재도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미륵대원지를 나오며 나도 모르게 ‘황성옛터’라는 노래를 중얼거렸다. 폐허가 된 고려의 옛 궁터 만월대를 찾아 받은 쓸쓸한 감회를 그린 노랜데 어딘지 모르게 미륵대원지와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무하지만 이 세상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적은 남게 마련이다.

 

/ 이기수 충북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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