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예고수들의 한판 제전(祭典) 역사적인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 30일, 택견의 고장 충주에서 오늘 화려한 막을 올린다.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대한체육회 등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시대를 넘어 세계를 잇다’(Beyond the Times, Bridge the World)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오늘 오후 7시 충주종합운동장에서 성대한 개회식을 시작으로 다음달 6일까지 8일간 충주체육관, 호암1·2체육관, 장애인형국민체육센터, 건국대 체육관, 한국교통대 체육관, 택견원, 세계무술공원, 속초영랑호 화랑도체험관 등 9곳에서 대회의 팡파르를 울린다.

개회식에는 국내외 인사와 선수단, 임원, 시민 등 1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리틀엔젤스 예술단의 합창과 무용으로 서막을 장식한다. 더욱이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의 무대가 무게를 더해준다. 또한 참가국들의 역사와 전통을 엿볼 수 있는 무용단 공연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번 대회는 106개국 4793명이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 기량의 선수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국제무예영화제, 충주무술축제, 국제무예웰빙컨벤션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함께하여 그 위상을 더욱 높인다. 1940명이 참가했던 ‘2016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초대 대회보다 참가자수가 크게 늘었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대회보다 3개 늘어난 20개 종목에서 열전이 펼쳐진다. 선수들은 벨트레슬링, 유도, 태권도, 합기도, 주짓수, 무에타이, 삼보, 사바테, 우슈, 카바디 등에서 275개 금메달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대회기간 경기장을 밝혀줄 성화는 지난 28일 청주 상당산성에서 채화되어 도내 11개 시·군을 순회한데 이어 29일 충주시의 천등산 천지인성단에서 채화된 성화와 합쳐져 빛을 발했다.
5세기 무덤으로 씨름하는 벽화가 발견된 곳이 각저총(角抵塚)으로 명명된 것은 무덤의 방 왼쪽에 이 씨름하는 모습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각저는 두 사람이 붙어서 힘을 겨루는 것을 뜻한다. 신기한 것은 허리춤을 잡고 있는 모양새가 오늘날의 씨름과 그리 다르지 않다. 게다가 선수 중 한 명은 고구려인이다. 다른 선수는 외모를 보아 외국인임을 추측하게 한다. 천 육백년 전에 이미 씨름으로 국제경기를 한 것이다. 경기도중 규칙을 어기거나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이 심판을 보고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현대의 씨름은 모래로 된 씨름판에서 경기를 한다. 다양하고 재치 있는 기술들로 인해 덩치가 작은 사람도 큰 사람을 넘어뜨리는 경기가 가능하여 극적인 스포츠 드라마 한편이 모래사장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택견은 우리 전통무예로서 조선후기 선교사가 찍은 사진에서 댕기머리를 한 아이들이 둘러 앉아 있고 그들 사이에 벌려진 판에 두 아이가 택견을 겨루는 모습이 이채롭다.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과 품새는 어른들 못지않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택견이 아이들도 즐길 정도라면 전 국민 스포츠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의하여 공식적으로 ‘택견판’이 금지 당했었던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한민족의 전통무술이기도 하고, 많은 조선인들이 힘을 기르며 응원하는 자리를 만들지 않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택견을 생각하면 무예임에도 불구하고 품밟기와 활갯짓을 하는 모습이 춤사위가 연상될 정도로 낭만적이고 리듬감이 있다. 유희적으로 함께 즐기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필요한 순간은 강력한 무예의 특징도 함께 가지고 있다. 손과 발로 만드는 모습은 부드럽다. 그러나 대결할 때는 민첩하고 기민함이 놀랍다. 상대를 공격하여 살생을 하거나 큰 부상을 입히려는 목적이 분명하고 거친 다른 무예와는 전혀 다르다. 그 큰 차이의 원인은 우리 조상들의 사상과 감정을 그대로 녹여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단군신화의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사상은 누구나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소박하지만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

택견 경기는 민첩하고 적극적이나, 상대를 가격하거나 옷을 잡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의 무예는 오천년 역사동안 다른 나라를 함부로 침범하지 않고, 포로로 잡은 적이라도 우리 땅에서 정착하도록 곡식을 내주고 도와주었던 우리민족을 닮아있다.

충청북도는 최초로 제1회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행사를 성공적으로 주최하고 지원하였다. 그리하여 오천년 역사에서 세계 전통무예의 중심이 되었다.

충주는 택견을 전승하는 무예인들이 모여 있는 명실상부한 전통무예의 메카로서 제2회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의 이번 대회는 그 의의가 자못 크다.

올림픽종목으로 이미 세계화된 태권도, 대한민국에서 정립된 한국합기도, 전통마상무예인 기사, 택견, 씨름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렇듯 우리나라의 전통무예가 다수 포함된 것은 대한민국 충청북도가 주최하고 지원하는 필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가슴 뿌듯하다.

또한 세 번째 대회부터는 격년제로 세계 각국에서 개최된다고 하니, 우리의 전통무예가 유럽, 미주, 남미 , 아프리카 , 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경기가 펼쳐질 것을 생각하니 어린애처럼 가슴이 뛴다.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명실 공히 국제대회의 위상에 맞게 국가가 나서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국민이 합심하여 하나가 되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이 있다.

가파른 국내정세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 되고 있는 형국이다. 위중한 현실에 비추어 최근 주변국과의 갈등은 무겁고 복합적이다. 일본은 한국으로의 소재·부품 수출 규제단행을 시작으로 경제전쟁을 선포하였다. 자기 나라에서 열린 세계무역회의에서 자유무역을 주창한 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반도체 생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여 자신의 주장을 뒤엎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백색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런 행동은 문명국가에서는 보기 힘든 만행이다. 중국 시진핑의 사드 재 언급, 북한미사일에다 러시아까지 국경을 위협하는 다각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시각각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계정세 속에서 열리는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우리에게 의미 신장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무예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고 국민이 하나 되어 난국을 타개하는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나아가 세계평화와 인류번영이 실현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이 중심에 충청북도가 있고 무예의 효시를 이룬 청주가 있다. 도와 개최도시 충주시가 손을 맞잡고 리더십을 발휘하여 지구촌의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전통무예는 함께 지혜와 힘을 겨루며 상생한다. 또한 정정당당한 규칙을 통해 서로를 보호한다. 아무리 적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타격하여 다치지 않도록 하지 않는가. 적이라 할지라도 상대를 살리는 활(活))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하겠다.

선혈들의 정신을 일깨우며 전통을 계승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 창조의 역사적 드라마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 청명한 가을에 하늘로부터 내려 받은 선물처럼 마음을 설레고 행복하게 한다.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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