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학력과 소득이 자식에게 세습되면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났다”라는 말을 쓰는 것도 듣는 것도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만능주의’는 더욱 공고해졌으며 부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용(龍)이 되기는커녕 개천을 벗어나려 용을 써도 안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예전에는 ‘교육’이라는 수단이 계층상승이나 가난의 대물림을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였다면 이제는 부모의 경제적 지위나 교육비 지출 규모에 따라 한 아이의 입시와 미래가 결정된다. 평범한 가정의 학생이라면 이를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학력 인플레이션은 학생들의 ‘평등한 기회’를 박탈한다. 이런 문제는 지역으로 갈수록 더해지는데 지역 대학은 학령인구의 감소와 경쟁으로 통폐합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반면 대도시나 수도권 대학의 쏠림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지만 수도권의 서열화 된 대학과 학과를 중심으로 평생의 지위와 신분이 결정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의 양극화 뿐만 아니라 사회 양극화, 갈등의 원인에 ‘교육’이 있다. 대입제도를 비판하면서도 내 자식은 좋은 학교로 가길 바라는 것은 이율배반일까. 이를 비판할 수 없는 것은 내 자식에게 만큼은 차별과 불평등, 나아가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 모든 부모들의 솔직한 심정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역으로 갈수록 이러한 기회의 문은 더욱 좁아진다. 전국적으로 58개가 있는 자율형사립학교에서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학교의 입학비율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충북은 경남, 제주를 포함하여 자율형사립학교가 없는 곳이다. 이래서는 공평한 기회라고 할 수 없다.

최근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미래인재 육성방안의 하나로 충북형 명문고등학교 설립계획을 내놓았다. 전국 단위의 모집이 가능한 자율학교 지정과 지역 인재들의 지역 고교 진학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계획의 주요내용이다. 평소 이시종 도지사는 “예산 확보를 위해 정부 부처를 방문해 보면 충북 출신 고위 공무원이 적어 어려움이 많고 지역에 자사고나 국제고, 영재고 같은 명문고가 없어 지역인재가 타 지역으로 역외유출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만 보면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충북형 명문고등학교의 설립은 단순히 좋은 대학교를 보내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립이든 공립이든, 일반학교든 특수목적이든 간에 개개인마다 가진 특수성과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교육이 뒷받침하고 지원한다면 우리 사회가 원하는 다양한 인재가 성장하는 기반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 기회는 지역에 따라 차별이 있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획일화된 대입제도, 기존의 틀 안에서 미래를 이끌어나갈 혁신적인 인재나 리더의 탄생은 요원하다.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고 배운 인재가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교육생태계를, 마음껏 꿈을 꾸고 그 꿈을 펼쳐볼만한 장을 우리 충북에 마련하여 공평한 대한민국에서 기회를 갖길 기대한다.

 

/ 이기수 충북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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