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최초의 화폐전문박물관인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을 관람한 일이 있다. 가까운 대전 유성에 위치하여 가족끼리 보람찬 시간을 갖게 되었다.

화폐박물관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의 화폐와 유가 증권류를 포함한 역사적 사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전시함으로써 국민들의 화폐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도움을 주고 화폐문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88년 6월에 개관하였다.

4개의 상설전시실을 갖추고 있었다. 소장하고 있는 화폐자료 중 4,000여 점이 시대별, 종류별로 전시되어 있어 우리나라 화폐 천 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전시실은 4개영역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제1전시영역은 주화역사관으로 장식했다. 인간이 자급자족하던 시대의 물품화폐부터 기원전 금속화폐인 중국의 도전, 포전, 어폐, 반냥화가 전시되었다. 더욱이 현존하는 최초의 주화로 알려진 고려시대의 건원중보와 조선시대의 대표적 주화인 상평통보는 물론 상평통보 주조광경이 사실적으로 연출되어 있다. 또한 고종 때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귀금속화폐인 대동은전과 경성, 인천, 용산, 일본 오사카 조폐국 주화, 근대화폐 제조를 위해 독일에서 수입하여 사용한 근대 압인기가 전시되어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제2전시영역은 지폐역사관으로 1902년 발행된 일본 제일은행권부터 조선은행권, 구 한국은행권,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한국은행권 까지 우리나라 은행권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또한 북한지폐와 희귀지폐, 외국지폐의 디자인 소재별로 전시되어 있어 각 나라마다의 역사와 문화를 비교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전시실 제3전시영역은 위조방지 홍보관으로 일반인들에게 은행권의 위조방지요소를 보여주는 곳이다. 지폐 위조란 무엇이며 현재 위조 발생 현황, 진짜 돈과 가짜 돈의 비교, 연구 분야별 위조방지기술, 세계 여러 나라 지폐의 위조방지요소, 우리 돈의 위조방지요소 체험과 내 돈은 진짜인지 직접 확인 해보는 체험기기 등이 전시되어 있어 함께한 가족들이 관심 있게 관람하여 흥미로웠다.

제4전시영역은 특수제품관으로 한국조폐공사에서 만들고 있는 우표와 크리스마스 씰, 메달 등이 외국제품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귀금속공예품으로서 호화로움을 자랑하는 각종 훈장과 포장을 살펴보았다. 세계의 화폐전시에서는 72개국의 화폐가 대륙별로 전시되어 있어 각 국 화폐의 예술성과 문화의 특징이 살아난다.

이렇듯 경제활동 매개체인 화폐 및 관련된 사료를 연구‧전시함으로써 화폐문화 보존과 계승에 이바지하는 기능이 다른 박물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을 체득하는 듯하다.

며칠 전 수원컨벤션센터 박람회에 참여하고 귀가하던 중 휴게소에 들렀다. 한 공간에 진천화폐박물관이라는 간판이 시선을 끌었다. 식사를 주문하고 가까이 다가서보니 흔히 접할 수 없는 수많은 화폐가 전시되어 있었다. 궁금하여 안내를 받아 보니 지난 2017년 5월 개장하였다. 5천여 종의 화폐를 모아 전시한 사립박물관이다. 진천군 읍내 바로 옆의 국도변 진천휴게소 내에 자리하고 있어 더욱 놀라웠다. 마침 키가 훤칠한 김 관장이 방문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어 들어보니 구입을 원하면 팔기도 하는 듯해 신기했다.
 이곳에도 우리나라 고조선과 중국 전국시대에 사용했던 청동제 화폐와 조선시대 상평통보를 비롯해 일제강점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200여 개국의 약 5천여 종 5만~6만개의 동전과 지폐가 전시되어 있었다. 30여 년간 화폐만을 수집하여 박물관까지 개관했다니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관람료는 받지 않으며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마침 관람객이 많지 않아 김 관장은 직접 화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친절히 해주어 그의 화폐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화폐 한 점 한 점이 자식만큼 소중하다고 했다. 화폐는 역사적 사건을 함께 한 문양과 인물을 살펴볼 수 있어 다양한 시각에서 가치를 살펴보아야 한다며 열변을 토한다.

가장 먼저 칼 모양의 화폐가 눈에 띄었다.
 칼 모양 화폐의 이름은 '포진'으로 약 2천여 년 전 옛 고조선 시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폐라고 한다. 현대의 화폐와 달리 특이한 모양과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어 희소성 또한 아주 높은 화폐이다. 고조선 뿐 아니라 고려나 조선시대에 사용된 화폐들도 눈에 들어온다. 특히 고려 성종 때 주조된 한국 최초의 화폐인 건원중보가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전시물들은 화폐의 변화를 알 수 있게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김 관장은 지난 1975년 화폐개혁으로 구권이 된 500원 짜리 지폐를 시작으로 화폐 수집을 하게 되었단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화폐도 있다. 일본의 화폐는 아기자기한 캐릭터 모양의 화폐들이 많다. 이라크 지폐도 전시해 놓았으니 대단한 일이다. 각기 다른 신기한 화폐들에 대하여 김 관장의 세세한 설명까지 듣다보니 흥미진진하여 시간이 훌쩍 지났다.
우리나라 최초의 화폐전문박물관인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은 국가의 보고다. 시간을 내어 한 번 더 찾아가 화폐 사랑을 나누어 볼 생각이다.
 한 개인의 화폐 사랑으로 탄생한 진천화폐박물관 또한 지역사회에 소중한 자료 이상의 선물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화폐의 발전 모습과 가치를 알려주고, 진천의 새로운 명소로 거듭 탄생될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박물관은 시대가 변할수록 더욱 요구되는 문화의 뿌리라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의의 있는 박물관이 계속 문을 열고 있으며, 우리 충북에서도 음성의 반기문 평화기념관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규정에 따라 제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되어 충북 도내뿐 아니라 전국 박물관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연계 사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박물관은 영어로 'museum'이라고 한다. 이 말의 고전적 기원은 그리스어로 철학원 또는 사색의 장소를 의미해서인지 박물관이 소중하고 귀하게 다가온다.

박물관에 전시된 하나하나는 선조의 숨결이며 나아가 혼이 담겨 있기에, 어느 사이 사색의 길로 우리를 인도한다.

박물관은 언제나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앞 선 사람들의 슬기가 살아 숨 쉬고 있어 곁에 살아있는 스승과도 같기에, 다가오는 더위에 박물관을 찾아가 조상의 삶 속에 스며든 슬기를 배우고 사색의 길로 가 볼 일이다.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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