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의 추억
삐삐의 추억
  • 함께하는 충북
  • 승인 2019.03.2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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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한다. 나는 그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은 너무나 재밌어서 한 번 잡으면 놓을 수가 없는 괴물이다. 일주일에 한 번 설정해놓은 스크린 리포트에서는 매 주 나의 스마트폰 사용시간과 사용률을 수치로 알려준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그렇게 많이 했는지 줄어들지가 않는다. 툭하면 배터리가 없고 데이터가 모자라다. 이러다가 평생을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만 들여다보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모자란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중학교때 삐삐를 쓰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 시절에는 번호나 음성메시지로 연락을 하곤했다. 아날로그 특성상 문자가 아닌 숫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야했는데 이를테면 ‘1010235’ 같은 숫자다. 해석하자면 ‘열렬히 사모합니다’라는 뜻이다. 8282 같은 숫자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삐삐는 ‘기다림’이다. 상대방의 연락을 바라는 마음으로 삐삐를 치고 정말 연락이 오면 그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꼈다. 요즘은 기다릴 일이 없다. 사실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해야하는걸까. 확인했는지 안했는지도 알려주니 말이다.

잠깐의 삐삐시대가 끝나고 단문메시지가 가능한 핸드폰이 생겼다. 초기의 핸드폰에는 답장이라는 기능도 없었다. 답장을 하려면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40개의 글자를 꾹꾹 눌러쓰며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저장용량도 부족해서 소중한 문자만 보관함에 두었다가 힘들 때 꺼내보았다. 문자는 건수의 제한이 있고 보낼 때마다 요금이 드니 여러번 생각하고 보내게 되었다. 통화료는 비싸니까 문자를 선호했다. 어쩌다 통화를 해도 할말만 하고 끊었다.

기술의 발전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가속화 되었다. 액정이 8줄이 되고, 화면이 컬러로 바뀌고 벨소리에 화음이 구현되었다. 음악이 나오고 카메라 기능이 생기던 것이 무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은행거래에서 네비게이션 기능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지금의 최신폰도 내일이면 구닥다리가 되고마는 실로 엄청난 시대가 아닐 수 없다.

스마트폰의 최대 수혜자면서 한편으로는 저주한다. 시대가 변했다는 것은 알지만 아날로그의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시도때도 없이 연락을 주고받기보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마음을 담아 쓰던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일과 개인의 삶이 분리되고 스마트폰과 내 자신이 분리되는 미래를 그려본다.

 

/ 이기수 충북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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