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국내혼인율이 통계작성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결혼 연령층 인구는 줄고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 평균 초혼 연령도 남자는 33.2세, 여자는 30.4세로 만혼경향이 뚜렷하다.

출산율 또한 1명 미만으로 떨어진 인구절벽(人口絕壁)시대를 맞고 있다. 이는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출산율 1명 미만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늦어지는 결혼과 의식주(依食住) 중 주(住)인 집 문제가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친인척이나 지인들의 혼례 소식이 들리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아들 딸 많이 낳고 잘 살기를 먼저 소망하게 된다.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사회에서 결혼식풍속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봄의 정취가 완연한 주일이다. 예배를 마치고 서둘러 S컨벤션으로 달려갔다. 옛 직장동료의 자혼 초대로 식장에 당도하니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던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모두가 정겹다. 혼주의 성품에 따라 예식장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그날도 무슨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결혼식인가 주의 깊게 살펴보는데 고교시절 은사를 주례로 모시고 경건하게 예식이 진행되었다. 특히 보기 좋았던 것은 신랑 부친이 한복을 우아하게 차려입은 모습에 격이 더욱 높았다. 세월이 흐른 얘기지만 내가 결혼할 때 모시고 있던 J교육장께서 주옥같은 주례사를 해주셨는데 긴장해서인지 한 구절도 기억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래서인지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나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주례사를 귀 기울여 듣는다.

주례사는 부모에게 정성을 다해 효도하라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성경에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했다. 서두는 이처럼 서로 존경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효는 생활의 기본이 되어야함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귀한 말씀을 힘주어 이어갔다. 먼저 말씀언(言)은 입구 자 위에 한일자로 세 개를 긋고 점을 찍었듯이 말에 신중을 기하란 뜻이다. 기왕이면 칭찬의 말, 격려의 말을 하라는 얘기다. 다음으로 코드가 맞아야 된다는 것이다. 전기(電氣)도 코드가 맞아야 불이 들어오듯 신랑신부는 살갑게 마음을 나누며 서로에게 코드를 맞추도록 노력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서로에게 숟가락, 젓가락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맛있는 음식을 고루 섭취할 수 있고 함께 먹을 수 있다. 또한 부족한 것을 서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자녀를 두어 건강하게 양육하여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가정교육을 정성껏 해야 한다는 말씀이 복되게 들려왔다.

3월 마지막 주말에는 평소 절친한 Y목사의 자혼 초대로 B웨딩컨벤션센터를 찾았다. 목회자의 혼사라서 그런지 하객들은 다수의 교인들이 함께 하였다. 모처럼 믿음의 형제들을 만나니 남다른 감회가 묻어난다.

결혼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고 말문을 연 주례 S목사님은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 중에 자기를 선택해주었으니 고맙지 않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결혼을 해서 살다보면 서로가 생각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럴 때 서로가 맞추며 살라는 것이다. 맞춤의 노력이 신랑신부에게 꼭 필요하며 사랑에 대한 수고가 결실을 이룬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 하다는 것은 부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 법적으로 경제적으로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심신과 영혼을 돌보아 주고, 행복하게 만들 책임을 서로 가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복은 행복자체를 목적으로 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의무를 전제로 할 때 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결혼식이야말로 일생일대의 아름다운 축제가 아닌가. 그런데 요즈음은 주례를 따로 모시지 않고 양가 부모가 주축이 되어 결혼예식을 열어 가기도 한다.

신랑과 신부가 서로에게 편지를 써 일생의 행복을 하객들 앞에서 읽고 맹세하는 정다운 모습을 보면 이색적이고 감동으로 다가온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왠지 무게를 잡고 얼어붙은 모습으로 서있는 신랑보다 축가를 직접 부른다거나 신부를 위해 신나는 춤을 선사하기도 하는 것이다.

결혼예식을 전통예식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에 맞춘 결혼식으로 할 것인가는 문제가 아니다. 결혼당사자와 부모들이 결정할 일이다. 다만 결혼하면 아이를 알맞게 낳아서 잘 길러낼 생각은 저만치 두고, 부모의 역할을 꺼려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결혼이 두 남녀가 한 몸이 되어 사회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결실의 은메달이라면, 사랑을 나누어 탄생된 새 생명은 당연 금메달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자녀는 이 세상 어떤 다이아몬드보다 빛나는 기쁨의 존재이다.

아름다운혼례식에서 새 생명 탄생을 간절히 소망하며, 사람의 소중함을 품에 안고 걷는 새 봄 3월이다.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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