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3월이 빠르게 가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자랑스레 휘날리는 태극기를 어디를 가나 볼 수 있으면 했는데 태극기는 대부분 내려지고 산수유가 노란 가슴을 열고 있다.

태극기 높이 들고 목 터져라 대한독립만세 외치며 어떻게 되찾은 조국인데, 내가 태어나기 아주 오래 전 이 땅에 불길처럼 타오른 3.1만세 운동이 어느 새 100주년을 맞이하다니 감격 그 이상이다. 태극기 물결을 상상하며 아우내 장터라도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집을 나선다. 1919.4.1. 삼천여 군중이 참여하여 호서지방 최대의 독립운동이 일어난 열혈의 고장 아니던가! 오창을 지나 멀리 매봉산이 보였고 드디어 아우내 거리에 들르니 병천면 일대에 다행히 태극기가 걸려있었다. 그날의 함성이 들릴 듯한 아우내 장터에서 절인 깻잎에 싸서 먹는 순대국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하고, 제일먼저 유관순 열사를 뵙고자 추모각을 향하여 총총 걸음을 옮긴다. 유관순 열사에게 1등급 서훈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된 플래카드가 환히 눈에 들어온다. 다행한 일이다. 현행 상훈법에 따르면 일단 정해진 서훈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정부는 유 열사의 기존 독립운동 유공 외에 ‘국위선양’이라는 별도 공훈으로 1등급 훈장을 추가 서훈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좀 늦었지만 마땅한 대우를 해드린 것 같아 위안을 삼는다. 매봉산 아래 우뚝 자리한 추모각에 이르니 2007년 새롭게 봉안한 열사 영정이 우리내외를 기다리고 있다. 나란히 향을 꽂고 묵념하며 의기에 찬 어쩌면 슬픔을 억누른 열사의 표정을 겨누어본다. 여자로서 그것도 나이어린 소녀로서 나라를 되찾기 위한 강인한 의지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사람의 힘으로선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경지가 아닌가!

3.1운동 1주년을 기념하여 서대문 감옥 속에서도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니, 일본헌병들의 폭행과 고문은 극에 달하고 마침내 1920년 9월 28일 안타깝게도 순국하게 되었다. 열사의 시신은 이화학당 주선으로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하였으나 후에 망실되고 말았다. 늦게나마 열사의 영혼을 위로하고자 1989년 초혼묘가 조성되었다. 추모각을 나와 옆 산길로 오르니 열사의 어록과 기도문이 새겨져 있는 초혼묘를 마주하게 되었다. 한바퀴 돌아보아도 가장 마음 아프고 송구한 것은 그 귀한 시신이 망실되어 허리굽혀 절 한 번 드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른 점이다. 당일 만세 현장에서 순국하신 부모님 유중권 이소제님 합장묘를 찾아 대신 절 올리고, 열사의 생가가 위치한 용두리 마을로 향한다. 몇 년 전인가 시댁 형님들과 함께 다녀간 적 있는데, 100주년임에도 생가를 찾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삶이란 사랑과 죽음이라 할진대 조국을 향한 사랑과 죽음의 극치를 보여준 관순열사의 생가를 돌아나오면서 내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 않았다. 100년이 흐른 지금 열사의 마음이 되어 기도한다면 우리의 기도는 무엇인가? 국론은 분열되고 정당은 저마다의 이익과 집권을 유지하거나 빼앗아 오기 위해 온갖 음해와 말들이 난무하여 뉴스 대하기 민망한 것을 어찌하랴!

이제 세계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받아들이고 급격한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 낡은 제도를 과감히 허물고 융합하는 국가 경제시스템으로 바꾸어 가고 있는데, 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이한 우리의 현실은 답답하고 암울하다.

어떻게 되찾은 나라인가?

일본의 총칼 앞에서 ‘나는 대한 사람이다. 우리나라를 위해 독립만세를 부른 것도 죄가 되느냐? 나는 죄인이 아니다. 단지 조국에 바칠 내 목숨이 하나 뿐인 것이 슬플 뿐이다’라고 외친 소녀 열사에게 왠지 부끄러움을 숨길 길 없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해외 이곳저곳에서 떠돌다 천신만고 끝에 고국에 돌아오는 날, 독립 갈망 선조들은 제일먼저 태극기를 보고 울었다 한다. 이제 태극기는 언제든지 내걸을 수 있다. 조국은 무엇인가. 각자는 조국을 위하여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나는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 칼럼을 씀으로써 후손의 도리를 조금이나마 하려하는데 그 부족함에 3월이 정녕 가슴 아프다.

우리 충북에서 ‘충북도독립운동 기념사업 조례’가 제정되어 독립운동이념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도지사의 책무 및 기념사업의 추진을 위한 규정이 마련되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열사는 애국. 애족. 박애. 희생. 봉사. 평화의 정신을 실천한 21세기에 가장 요구되는 한국적 인물상이며, 글로벌화시대에 민족적 주체성과 우수성을 구현한 인물로 국제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국은 무엇인가? 질문해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는 진정한 국민의 길로 가고 있다.

 

/ 박종순 전 복대초등학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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