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전쟁을 끊지 못하는 것일까. 한민족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수많은 외세의 침입을 겪으며 지금껏 같은 문화, 언어를 쓰는 민족이 모여 국가를 이루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모로 내년도 의미있는 해다. 내년이면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70주년인데 한국전쟁은 우리 한민족의 가장 아픈 역사 중 하나로 단순한 내전이 아닌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이념이 충돌했고 남북분단을 고착화한 결정적인 사건이다.

중공군, 유엔군 등의 참전으로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뻔했으나 1953년 휴전협정에 따라 전쟁은 중단됐다. ‘휴전’, 말 그대로 잠시 전쟁을 멈춘 것이지 끝난 것이 아니다. 최근 평화의 분위기가 피어오르지만 한편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언제 이러한 분위기가 깨지고 갈등이 발생할지 몰라서다. 휴전이 끝나고 전쟁이 혹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다시 한 번 우리의 역사가 반복되거나 후퇴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3년간 지속된 한국전쟁은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대부분의 산업시설들을 파괴했다. 전쟁의 승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일본’이었다. 전쟁 이전에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피폐했던 민중의 삶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전쟁을 통해 남한과 북한, 연합군 등 모두가 엄청난 사상자와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 반면 일본은 패망 이후 군수산업으로 경제발전의 기틀을 닦았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수탈했던 일본에게 기회를 줬다는 것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 전쟁 중에는 특히 전쟁범죄가 많이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수많은 민간인 학살이 자행었다. 대구에서는 303고지 학살이 있었다. 인민군 장교 중에 하나가 후퇴 속도가 느려지지 않도록 포로들을 총살하라고 한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우리나라 경찰에 의해 총 460명이 학살당했다.

우리 충북에서는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이 있었다. 경부선 철로와 쌍굴다리에서 미군들이 폭격과 기관총 발사를 하였는데 민간인 피난민 속에 북한국이 있다고 오인하여 학살한 사건이다. 총 135명의 사망자와 47명의 부상자가 희생됐다. 대부분이 무고한 양민들이었다.

충청북도는 올해 유해발굴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에 대해 유해발굴을 추진한다고 한다. 15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었다고 추정되는 곳이다. 69년이 흘렀다. 역사는 기억되어야한다. 그래야만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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