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온 누리에 희망이 샘솟아야 하건만 미세먼지로 인해 마음이 무겁다. 요즘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들 정도로 하늘이 뿌옇고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미세먼지는 머리카락의 약 20/1 정도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기관지염, 천식은 물론이고 비염, 결막염, 아토피 등의 질환을 일으키며 계속 노출될 경우 이 보다 더 큰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의에 따르면 심각한 것은 초미세먼지이다. 초미세먼지는 우리가 숨을 쉴 때 폐로 들어가 피를 타고 몸속을 이동하면서 염증을 일으키고 뇌졸중, 고혈압, 부정맥, 당뇨등도 악화시킨다고 한다.

며칠 새 날씨가 온화해 지면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계속되고 있다. 호흡에도 영향이 크고 목이 칼칼하며 눈이 따갑다.

마침 우리교회 성전건축 벤치마킹을 위해 이웃교회 건축위원들이 방문한 일이 있었다. 말이 나오지 않아 쉰 목소리로 간신히 설계단계부터 성전건축 전반에 이르기까지 설명을 하고 성전을 두루 안내했다. 하고 싶은 말도 겨우 할 정도로 힘이 든다. 온몸이 늘어지고 통증을 견딜 수 없어 병원을 찾았다. 탁한 미세먼지가 주범이라며 일주일분의 약을 복용하고 시달리다 일상에 복귀했다.

많은 환경오염물질 중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이라고 하는 POPS(Persistent Organic Pollutants)이다. 이는 지용성 화학물질로서 반감기가 길어 인체에서 잘 배출되지 않고 다른 조직으로까지 흡수되어 문제를 가중시킨다. 방대한 살충제 제초제의 살포, 엄청난 산업폐기물의 해양살포 등에 기인한 토양을 통해서 식물과 동물에게 저장되어 먹이사슬의 제일 마지막에 있는 인간의 지방층에 쌓인다는 논리이다.

전 방위로 오염되어 있는 현대를 사는 사람은 누구도 노출을 피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것이 조금씩 인체에 축척되는 것이 여러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한마디로 몸이라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또 다른 호르몬, 환경호르몬이 되는 것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유전자 재조합 작물이나 가축을 식품의 원료로 이용한 유전자 변형(GMO) 식품들, 전자파, 기타 물질들을 포함해 과학기술의 발달과 편리의 이면인 공해와 독성물질오염의 시대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목감기로 고생을 하면서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는 사람’을 떠 올렸다. 일찍이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어느 헐벗은 고원에서 엘리아르 부피에라는 양치기가 혼자 묵묵히 나무를 심고 가꾼 결과, 황량했던 산이 울창해져 온 마을 사람들이 숲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이야기의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은 까닭이다.

그렇게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이, 희망을 심고 가꾸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은 내게 큰 기쁨이었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서도 생생히 알 수 있다.

가축 사육을 위해 원시림의 나무들을 무차별하게 베어낸 결과 ‘지구촌의 허파’와 같은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크게 줄어들었다. 비단 아마존뿐만이 아니다. 이런 무분별한 벌목 행위는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인류의 무분별한 남획과 벌목은 자연의 현재와 미래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차제에 중국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양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 미세먼지가 많이 유입된다고 한다.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온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지나서 동해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동풍이 불면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상공에 머물고 있어 상황이 심각해진 것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환경을 청결히 하고 산림보호와 보존을 위해 다함께 지혜와 역량을 모아 나가야 할 때다.

이런 악순환의 사슬을 끊을 변화의 힘도 결국은 '사람'에게 있다. 숲은 단순히 있는 그대로를 감상하는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자식을 키우듯 나무를 심고, 풀과 잡목을 제거하고, 가지치기를 하는 등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

유년시절 다니던 학교에는 넓은 운동장과 숲이 우거진 언덕이 있었다. 화창한 봄날이면 바람에 흩날리던 아카시아 꽃, 햇빛을 받아 잔물결처럼 눈부시게 빛나던 은백양나무 잎의 은빛물결은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도시의 아이들은 숲이 없는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가 다음세대를 위해 할 일은 우리 아이들이 육체적,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학교 주변에 나무를 많이 심고 잘 가꾸는 일일 것이다.

고향 시골집 주위에 나무를 심어 가꾸고 있다. 이따금 그곳에 들러 잘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보노라면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지고 행복감에 젖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숲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숲을 사랑하고 가꾸는 데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할 때다.

각박한 사회만큼이나 피폐한 환경을 생각하며 숲이 더욱 그리운 지금이다.

 

 

정 관 영 / 공학박사, 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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