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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독서칼럼]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
[특집기획 독서칼럼]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
  • 함께하는 충북
  • 승인 2019.01.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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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생인, 영국의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이 지난 1월 4일 타계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지각대장 존’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검피 아저씨의 뱃노래’ ‘마법 침대’ 등 존 버닝햄의 많은 작품들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어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각대장 존’(비룡소)은 국내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그의 최고의 작품이다.

‘지각대장 존’은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가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실 현실에서는 집에서 학교 가는 길에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하지만 존은 학교에 갈 때마다 이상한 일들을 겪는다. 하수구에서 악어가 불쑥 나와 책가방을 덥석 물기도 하고, 덤불에서 사자가 나와 바지를 물어뜯기도 하고,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 존을 덮치기도 한다.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지만, 이러한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이야기가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문제는 아침마다 이러한 일들을 겪다보니 존이 허겁지겁 학교에 가도 지각을 한다는데 있다. 그리고 지각하는 존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다정다감하고 이해심이 깊은 선생님이 아니라, 권위적이고 엄격한 선생님이라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이러한 선생님과 존의 관계는 버닝햄의 그림에서도 느껴진다. 선생님의 모습은 회초리를 든, 덩치 크고 위협적인 존재로 그려진 반면, 선생님 앞에 선 존은 작고 왜소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선생님은 지각한 존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 동네 하수구엔 악어 따위는 살지 않아! ” “넌 나중에 학교에 남아서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를 300번 써야한다.” “이 동네 덤불에는 사자 따위는 살지 않아!” “저 구석에 돌아서서 큰 소리로 400번 외쳐라.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 안에서 꼼짝 말고 이렇게 500번 써라. ‘다시는 강에서 파도가 덮쳤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옷을 적시지도 않겠습니다.’” (‘지각대장 존’ 中에서)

억울하지만 결국 존은 방과 후에 남아서 반성문을 쓴다. 선생님 눈에 비친 존은 늘 지각을 하면서도 황당한 거짓말로 핑계를 대는 아이였을 것이다. 그래서 존의 지각하는 버릇을 고쳐주려고 벌을 주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존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어린 독자들은 존을 믿어주지 않고 벌을 주는 선생님에게 화가 날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읽었을까? 작가 존 버닝햄은 마지막에 반전의 장면을 숨겨놓고 독자들을 기다린다. 이것이 이 책의 재미를 배가 시킨 신의 한수이다.

어찌된 일인지 다음날 존이 학교를 갈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존은 제 시간에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 가니 선생님이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한테 붙들려 교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선생님은 존에게 빨리 자신을 내려달라고 부탁하지만, 존은 “이 동네 천장에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선생님.”이라면서 그냥 지나친다. 선생님과 똑같은 방식으로 귀여운 반격(?)을 가한 이 장면이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다음 날 존은 학교에 가려고 길을 나서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림책의 여운을 안고 다음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온갖 상상을 한다. 이처럼 존 버닝햄의 작품은 짧고 간결한 문장 속에서도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들을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다.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없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는 전 세계의 많은 아이들에게 꿈과 행복을 준 따뜻한 작가로 길이 남을 것이다.

 

/연인형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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