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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때론 키다리 아저씨처럼 기다려 주는 것
교육은 때론 키다리 아저씨처럼 기다려 주는 것
  • 함께하는 충북
  • 승인 2018.12.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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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JTBC 새 드라마 중에 <SKY캐슬>이 화제가 되고 있다. 상위 0.1%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SKY캐슬에서 자식을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학부모들의 욕망과 위선 등을 풍자한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돈 많은 상류층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에 슬픈 교육현실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자식만큼은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의 마음에 공감이 가기도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랑하는 내 아이만큼은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부모들의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명문대 입성이 곧 성공의 열쇠가 된다는 생각에,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이 아이들에게 공부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부터 반성을 하게 된다.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자녀 성적인 것 같다. 많은 엄마들이 중‧고등학생 자녀와 갈등을 빚는 이유 중 하나도 공부와 성적 때문일 것이다. 부모의 말은 모두가 잔소리로 들리고, 부모의 간섭을 싫어하는 사춘기 이후의 아이들을 보면서, 때로는 부모가 키다리 아저씨처럼 기다려주는, 쉼표의 교육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미국 소설가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원제:Daddy-Long-Legs)에는 말없이, 묵묵히 제루샤 애벗을 후원해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나온다. ‘주디’라는 애칭을 가진 제루샤 애벗이 키다리 아저씨를 처음 본 것은 어느 첫 번째 수요일이다. 고아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주디는 사실 매달 첫 번째 수요일이 우울한 날이다. 고아원을 후원하는 손님들이 방문하는 날이라 청소는 물론 어린 고아들 씻겨서 새 옷 입히고, 손님들에게 대접할 샌드위치를 만드는 등 힘든 하루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날도 이렇게 힘겨운 하루가 끝났을 무렵, 주디는 차를 타려고 문을 막 나선 한 후원자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언 듯 보기에 키가 아주 커보였는데, 그를 태우려고 앞으로 오는 자동차의 불빛 때문에 후원자의 그림자가 바닥에서부터 벽면에 걸쳐 팔, 다리가 길게 늘어진 모습으로 비쳐 주디를 웃게 만들었다. 이 사람이 바로 주디를 대학에 보낸 돈 많은 후원자이다. 그런데 이 후원자가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주디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 후원자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이다.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에게서 대학 수업료, 기숙사비, 용돈을 후원받는 대신 한 달에 한 번 대학교 생활에 대해 편지를 써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대학 졸업 때까지 주디 앞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의 후원은 작가 지망생인 주디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결국 주디가 좋아한, 같은 방 친구인 줄리아의 삼촌 저비스씨가 키다리 아저씨로 밝혀졌지만…….) 키다리 아저씨 덕분에 주디는 대학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었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학교에서 0점을 맞아오던 아들이 7점을 맞아오자 폭죽놀이로 아들을 축하해 준 중국의 한 아버지 이야기가 울림으로 다가왔다. 아버지의 격려와 칭찬 덕분인지, 그 아들은 그 후 57점을 맞았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이야기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했던가. 부모의 지나친 간섭 보다는, 때로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이 중국인 아버지처럼, 뒤에서 묵묵하게 지켜봐주고 격려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것도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지는 좋은 교육 철학인 것 같다.

<연인형.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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