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낭비를 안 해도 되거든요, 걸음걸이 보면 성품 나오고 그림 보는 안목 보면 교양 수준 나오고 미술관에 어울릴 사람인지, 클럽에 어울릴 사람인지, 향수 취향은 노골적인지 우회적인지 답이 빠르니까”

예전에 많은 인기를 얻었던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 속 대사다. 극중 인물들이 처음 만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남자 주인공이 소개팅 상대에게 했던 대사였는데 뻔한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이 아닌 오히려 미술관이 더 좋은 소개팅 장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선했다. 나는 미술관에서 소개팅을 해본 적이 없어서 상대 여성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늠했던 적은 없지만 지나가다 전시를 보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보며 미술관 밖에서의 그 분들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모든 작품을 눈에 담으려는 사람, 하나의 작품에 빠진 사람, 아무 생각 없이 이 곳 저곳을 기우거리는 사람 등 미술관의 풍경은 다양하다.

매 주말마다 미술관을 가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헛헛할 때 주로 미술관을 들르게 된다. 미술관에 가게 되는 날이면 작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삶이 윤택하고 풍요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간은 우리에게 왜 중요한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상상력의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높은 천장, 미술관만의 개방적인 공간감, 적절한 빛이 섞인 전시장들의 여백, 다양한 시도와 해석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이 더해진 고요한 공간에 열정과 삶의 진수가 녹아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어딘가 낯설은 공간에 머물 때 보다 새로운 생각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충북은 타지역에 비해 문화생활과 공공미술관이 많다. 얼마 전 청주시 문의문화재단지에 위치한<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을 다녀왔는데 대청호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야외조각상들, 그리고 전시까지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왔다. 지역에 이렇게 좋은 미술관이 있다는걸 뒤늦게 알게 됐다.

지난 2004년 대청호미술관으로 조성되었다가 청원군립대청호미술관으로 개칭한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은 다양한 기획전을 비롯하여 미술 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한 실무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구성된 미술관은 전통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장르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 가족나들이객이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는 2019년 1월 13일까지 10명의 작가가 만들어낸 ‘납작한 가장자리 展’이 열릴 계획이라고 한다. 문화생활을 하려면 비용 걱정이 드는데 이곳은 문의문화재단지에 입장하는 비용(청주시민 500원, 타시도 1천원)만 내면 된다. 4인 가족기준으로 2천원에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별도의 미술관 입장비용이 없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에서, 미술관이 아니라도 낯설은 공간을 찾아 삶의 여유를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이 기 수 / 충북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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