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도 영혼이 살고 있다
손에도 영혼이 살고 있다
  • 함께하는 충북
  • 승인 2018.11.23 17: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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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가는 날은 아침부터 마음이 숙연해진다. 우주만물을 섬기려는 사찰을 중심으로 자연 속에 사람은 흐릿한 점으로 승화되어 겸손해지기 때문이다. 산사를 거닐다 조용히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정적 풍경은 생명력을 얻고 사람의 내면에 숨어든 먼지 낀 영혼을 깨우게 된다.

누가 맨 처음 소리를 내는 종을 생각해 내었을까? 생거진천에는 큰 저수지가 깃들어 있어 더욱 풍요로운데 진천읍내를 뒤로하며 백곡로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종박물관을 만나게 된다. 진천 석장리에서 고대 제철로가 발견되어 국내 유일 종박물관이 건립된 것은 행운이며 필연적 인연이다.

붙잡고 싶은 계절이 저만치 가며 불현 듯 종소리가 그리울 때는 종박물관을 찾아간다. 1층 전시실 성덕대왕신종 앞에서 위로를 받고자 한다. 경주국립박물관에 있는 것의 모형이지만 종신부조상이 아름답고 종을 매다는 고리인 용뉴도 멋스럽다. 조용히 손을 모으고 한 바퀴 두 바퀴 돌아본다. 일명 에밀레종이라고 하여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큰 규모이며 완전하게 한국종의 형식을 갖추고 있음은 다 알려진 일이다.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왕의 공덕을 찬양하기 위하여 동(銅) 12만 근으로 주조를 시작했으나 완성하지 못하였고 아들인 혜공왕이 뜻을 받들어 완성했으니 효와 충이 깃든 거룩한 걸작이다. 종을 치면 그 은은한 여운이 끊어질 듯 작아지다가 다시 이어지곤 하는 현상이 1분 이상 지속되며, 특히 가슴을 울리는 저음역의 여운은 3분까지도 이어진다하니......

이토록 신비로운 영원의 소리를 다시 얻어내려고 노심초사 일생을 바쳐온 사람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112호 주철장(鑄鐵匠)에 오른 ‘범산’이라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수집하고 제작한 범종 150여 점을 기증함으로써 박물관 설립에 크게 기여하였고, 할아버지와 팔촌 형으로부터 습득한 제작기술을 후손에게 전수하면서 늘 배운다는 일념으로 매일 종을 안고 사는 사람이다. 몇 번이나 만나보고 싶었는데 종소리를 그리워하는 지인이 동행해주는 바람에 좀 늦은 네시에 청주에서 출발하였다. 종박물관에서 얻은 팁은 그 사람을 만나려면 성종사에 가야한다는 것이다. 얼핏 사찰인가 했는데 진천군 덕산면 습지길에 있는 아주 큰 종제작 회사를 뜻하고 있었다. 네비에 의존하여 성종사 정문에 다다랐을 때는 어스름이 내려와 있었다. 출타가 잦기도 하니 그 분을 만날 수 없다 할지라도 후회는 없다. 다행히 정문은 열려 있었고 가까이 다가선 사무실에 불빛이 보이고 출입문도 잠겨있지 않았다. 개 세 마리가 크게 짖으며 경계하는데 뒤쪽에서 다행히 사람이 걸어 나왔다. 연락도 없이 방문하여 거부감이 있으려니 했는데 아주 편한 미소로 환영해 주는 그 사람 범산이었다. 순간 고맙고 안도의 숨이 찾아왔다. 그토록 경지에 오른 사람답지 않게 이 얘기 저 얘기 이웃집 아저씨처럼 다가와 주신다. 세계평화의 종을 비롯 총 8000여구에 달하는 범종을 만들었으며, 10여 년간의 독자적인 연구 끝에 소멸되었던 밀랍주조공법을 재현하는데 성공한 것을 힘들이지 않고 들려주었다. 77세 나이를 거리낌 없이 밝히는데 훨씬 젊어 보이는 것은 재물에 욕심 없이 오로지 종의 소리의 재현에 정성을 다하고 있음을 온 몸으로 보여줄 뿐이었다.

어느 새 초승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마침 혼자 계시다하여 저녁이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된장국에 손수 키운 채소가 최고의 밥상이란다.

영혼을 깨우는 소리를 담아내는 종을 탄생시키는 귀한 손! 왠지 헤어짐에 앞서 그 사람의 두 손을 살짝 잡고 싶었다. 이별 인사 겸 손 내밀어 잡아 보았다. 우선 부드러움에 놀랐다. 그리고 아버지의 손길처럼 따듯했다. 아무리 힘들고 험한 일을 하더라도 영혼이 맑고 고우면 손의 결이 그러할까? 감동이다

함께 간 지인에게 살짝 손잡아본 소회를 건네니 요즘 어머니의 손을 잡아본 적 있는가 조심스레 묻는다, 지인이나 나나 아흔 넘은 어머니가 아직 살아계신데......

사람의 몸에서 꽃을 찾으라면 당연 다섯 개의 신비스런 가지를 내린 손이다.

그날 영원의 소리를 끝없이 찾는 범산의 손을 잡았다. 자식을 낳아 몇 십 년을 만지고 길러온 어머니의 손이 기억나지 않는다. 한 달여 남은 올해,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가슴에 안아보고 싶다. 오로지 헌신과 사랑으로 문드러진 어머니의 손금을 어루만져 볼 일이다. 손에도 영혼이 살고 있다.

 

 

박 종 순 / 시인, 전 복대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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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2018-11-24 11:57:43
종을 만드는 사람의 손길처럼 글을 쓰시는 작가님의 손에도 영혼이 깃든 것 같아요.
아름다운 글 좋은 글 감사드려요

신수정 2018-11-24 11:54:40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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