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누가 뭐라 해도 인쇄 강국이다. 대표적인 문화재로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국보 126-6호인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은 현존하는 목판 인쇄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는데 발견된 사연이 무척 흥미롭다. 1966년 도굴꾼들이 경주의 석가탑에 사리함을 훔치려다 미완에 그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기회로 탑을 해체했는데 2층 탑신부에서 사리함과 함께 다라니경이 발견된 것이다. 발견된 책의 출간 연대를 추정해보니 751년으로 판명됐는데 이 책 이전에 만들어진 것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본으로 알려졌던 일본의 ‘백만탑다라니’보다 20년 이상 앞선 것으로 밝혀졌다. 허나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은 여러 가지 논란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아직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고려 때 만들어진 국보 32호 ‘팔만대장경’ 또한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평가 받는다. 대장경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몽골의 침략이라는 아픈 역사가 있다. 몇 번의 침입을 당한 고려는 부처님의 힘으로 나라를 구하고 민심을 모으기 위해 대장경을 만들기 시작됐다. 팔만대장경은 지난 천 년 간 임진왜란, 화재, 6‧25 전쟁 등을 겪으며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무사히 우리에게 전해지며 선조들의 지혜와 문화유산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지난 1995년 해인사 장경판전이, 2007년에는 해인사 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이 각각 세계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2011년 판각 10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무구정광 대다라니경, 팔만대장경 외에도 충북 청주를 대표하는 이미지, 청주시민의 자부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쇄 문화재가 있다. 바로 직지(直指)다. 직지는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으로 책의 본래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이름이 너무 길어서 직지심체요절이나 직지로 부르고 있다. 직지는 충북 청주의 흥덕사란 절에서 1377년에 금속활자로 찍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의 금속활자로 알려진 독일 구텐베르크의 것 보다 78년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 있지 않고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의 단독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직지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청주시에서는 격년마다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이 열린다. 지난 10월 1일 막을 올린 2018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이은 2003년 시작된 축제로 직지의 다양한 가치를 조명하여 직지를 세계에 알리고 그 가치를 세계인과 함께 공유하는 글로벌 문화축제다. 올해 주제는 ‘직지 숲으로의 산책’이라고 하는데 각각 직지의 숲, 시간의 숲, 힐링의 숲, 예술의 숲으로 나눠진다. 국제행사, 전시, 교육, 공연 및 학술과 강연 등을 4가지의 테마별 공간구성으로 마치 산책하듯 행사를 즐길 수 있게 기획되었다. 10월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월 21일까지 3주간 예술의전당과 흥덕사지 주변에서 개최된다.

인쇄문화는 단순히 책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량의 책을 만들어내는 ‘정보 혁명’에 가깝다. 무구정광 대다라니경, 팔만대장경, 직지심체요절까지 자랑스러운 우리 선조들의 유산이 이어져 지금의 IT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것 아닐까.

 

이 기 수 / 충북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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