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계절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떠나기 좋은 ‘봄’과 ‘가을’은 느낄 새도 없이 여름과 겨울에 자리를 내어주니 말이다. 학자들은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데 폭염이나 기습 폭우, 태풍 등의 환경 재앙이 올해도 겹치면서 그러한 주장이 꽤 신빙성 있어 보인다.

이러다가 사계절이라는 단어도 사용할 날이 멀지 않았다. 여름과 겨울만 있는 ‘이계절’이라는 말을 사용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학자의 주장이라고 할 것도 없이 기후변화를 체감할 때가 많아진다. 덩달아 걱정도 늘어간다. 대표적으로 변화한 게 있다면 먹거리다. 이제 어릴 때 먹었던 생선이나 과일들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의 식탁에는 온대성 어류와 열대 과일이 더 많이 올라오고 있다. 서민의 생선인 명태는 러시아산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됐고 몇 년 전 부터는 흔하고 값싼 오징어도 사라져서 강원도에서는 오징어축제의 이름을 변경한다는 말까지 있다.

대표 과일들의 산지였던 지자체들 중에는 기후변화에 따라 품목을 바꾸는 곳도 많다고 한다. “계절 중에 가을이 참 좋았지”라는 말을 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탄소배출이나 기후변화 이슈는 더 이상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이며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후손들에게 다양한 기후와 살아있는 지구를 느끼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과학적으로는 기후변화가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게 효율적이라고 한다. 옷을 자주 바꿔 입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드는 여러 가지 제반비용을 고려해서 한 말이겠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사계절의 구분이 있는 우리나라가 좋다. 머리로는 효율을 이해하지만 계절이란 것이 변화할 때마다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어떤 계절이 좋냐고 묻는다면 봄과 가을 중에 고민이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황사가 많은 봄보다도 어쩐지 상쾌하면서 서늘하고, 쓸쓸하고 고독을 삼켜야만 할 것 같은 가을이 좋다고 말할 것이다. 높은 하늘과 양떼같은 구름만으로도 상쾌했던 가을의 풍경들,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가을의 풍경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가을이 좋을 때는 일몰에 취할 때다. 드라마 제목으로도 있지만 일몰을 가리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몰이 찾아오면 저 멀리서 오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이 안 된다는 것을 가리키는 비유다. 저무는 태양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실루엣이 분간이 안되는 시간은 시간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다.

우리 충북에도 일몰 명소가 있다. 그 중에서도 청주의 정북동 토성과 대청호는 대표적인 일몰 명소다. 언덕에서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면 모든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진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 앞에서 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껴보자. 모든 것을 구획하고 규정 짓는 숨막히는 사회 속에서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이 안 되는 가을의 일몰을 느껴보자.

 

이 기 수 / 충북 SNS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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