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의 만학도에게 콘크리트를 가르쳐 준 H교수의 정년기념 출간기념회에 참석했다.

이날 출간기념회에는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 기뻤다. 더욱이 학창시절 은사, 제자, 학계 등 각계의 많은 하객들이 함께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음악회로 문을 연 정년기념 출간기념회는 도전과 자성의 시간이기도 했다.

하객의 축하 말은 공감을 불러온다. "오늘 이 자리가 경사스럽고 자랑스럽다며 교수님의 호 '청광(淸光)'은 '청주의 빛'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덕담에 이어 "정년과 함께 시작하는 제2의 인생도 평생 받쳐온 콘크리트계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도록 계속 학문연구에 진력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하객은 "37년 동안 C대에서 봉직하며 오로지 학문연구와 제자 키우는 일에 전념하면서 후배 교수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남기셨다"고 축하의 말을 이어갔다.

H교수는 이날 40년 연구과정과 인생살이를 담은 콘크리트 담론 집 '내 사랑 콘크리트'를 발간했다.

50가지의 주제로 구성된 '내 사랑 콘크리트'는 딱딱한 콘크리트에 관한 내용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고 쉽게 풀어썼다.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동안 연구에서 얻은 지적재산권을 지키려고만 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장인정신은 필요한 곳에 제공 하는 것이 옳다"며 "우리나라 큰크리트 분야의 발전을 위해 40년 연구 성과를 모두 공개하고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 할 일은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제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불러주시면 힘껏 무료 봉사하겠다"는 말이 가슴 뭉클하다.

H교수는 1981년 모교인 청주대에 부임해 제자들을 위한 연구 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가 이끄는 건축재료·시공연구실은 지난해 연구업적 215편을 발표하면서 누적 논문 수 3천편을 달성했다. 학위논문 700여 편, 국내학술논문 및 학술발표논문 2천여 편, 국제학술논문 및 학술발표논문 250여 편, 저서 및 연구보고서 200여 편을 발표했다.

이토록 큰 성과 뒤에는 학생지도의 좌우명이 밑바탕이 되었다.

학생이 콘크리트에 관심을 갖도록 연구테마는 가능한 실무와 연결시키며 연구비는 학생들 몫이란다. 연구와 관련된 것은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좋든 싫든 버리지 않고 가능한 모두 논문으로 완성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과 소통하기 위한 조회를 매일 열고, 학생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며 졸업 후 취업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학생사랑, 콘크리트사랑을 주례사에도 적용한다는 점이다.

콘크리트는 재료의 특성상 눌러주는 압축력에는 매우 강한반면 잡아 당겨주는 인장력에는 매우 약한 재료이다. 압축강도에 비해 인장강도는 1/10정도밖에 되지 않아 건축물의 경우 압축력이 작용하는 곳은 콘크리트가 받게 하고 인장력이 작용하는 곳에는 인장력에 저항성이 큰 철근으로 보완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결혼생활에서도 신랑이 콘크리트이면 신부는 철근, 또한 신랑이 철근이라면 신부는 콘크리트가 되어 상호보완 되어야만 원만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양호한 콘크리트가 구조체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리 및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먼저 콘크리트와 철근 간에는 부착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신랑신부도 이와 같이 서로를 잡아주는 부착강도가 커야만 한다. 또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부착력이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꽉 잡아야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콘크리트의 알칼리성 환경에서는 철근이 녹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멘트 수화물중 수산화칼슘 등으로 알칼리성을 유지하게 되면 철근에 녹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생활에서도 분위기가 중요하다. 알칼리성으로 철근주위를 감싸는 것처럼 신랑신부는 화목이라는 분위기로 가정을 감싸고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어도 안정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콘크리트와 철근의 경우 선팽창계수가 거의 같다는 것이다. 즉 철로 된 기차선로가 여름에는 늘어나고 겨울에는 줄어드는 것처럼 철근과 콘크리트는 온도변화에 따라 신축하는 것이 거의 차이가 없으므로 일체화가 잘 된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랑신부는 결혼생활을 유지할 때 우선 좌, 우측과 같이 서로 같은 방향을 유지하여야 한다. 또한 그 변화정도도 거의 같아야한다. 한쪽은 많이 가는데 다른 한쪽은 그렇지 않다면 일체화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례사에서도 제자를 사랑하는 교육적 의미가 담뿍 담겨있다. 아마도 결혼을 하는 제자는 은사인 콘크리트 박사의 주례사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그날 영광의 정년을 맞이하는 H교수는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일생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를 몸소 보여주었다. 이제 새 출발하는 신랑신부처럼 앞길에 가보지 않은 길이 또 놓일지라도 콘크리트처럼 탄탄히 열릴 것을 믿으며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낸다.

 

정 관 영 / 공학박사, 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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