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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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하는 충북
  • 승인 2018.08.1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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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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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부제를 단 ‘청주학 이야기’를 서점에서 구입하여 읽으며 내가 태어나고 자란 청주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글로컬리즘 이란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되는데 주체적으로 세계화를 수용하면서 지역 중심의 가치 체계와 이념을 정립하고 지역 가치를 찾아내 세계적 수준으로 창조적인 접근을 꾀한다는 세방화(世方化)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에 따라 각 자치단체는 내부 혁신에 필요한 자원을 발굴하고 그것을 활용해야만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시대변화적 현실에 공감하며 더위를 멀리하고 있는데 마침 ‘청주학 2차 문화탐방’이 있다는 반가운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청주대학교에 부설된 청주학연구원이 주최하는 이색적 기회여서 까치내문화예술사랑방 회원들과 함께 참가신청을 하였다. 폭염 중에도 버스 한 대 가득 시민들이 모여왔다. 다양한 기획이 있으나 더위를 피하여 실내에서 문화현장을 접근할 수 있도록 미술관 네 곳과 처음 듣는 청주시기록관을 탐방한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탐방한 청주시립미술관은 옛 KBS청주방송국을 리모델링하여 2016년에 개관하여 시민들을 위한 예술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마침 ‘내일의 미술가들’ 7명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고 그 규모와 세련된 시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문화탐방의 마지막 순서는 출발지에서 잠깐 본 청주시 기록관이었다. 17년 12월에 개관하였음에도 나를 포함한 참여자 대부분이 처음 와 본다는 것이다.

헌정 사상 최초 주민 자율통합을 이루어 낸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과정 등 역사적 기록물의 체계적이고 과학적 보존 필요성을 충족하고, 중요 지방 기록물을 후대에 안전하게 전승하고자 그 기획이 알차고 비전이 진행형이다. 단순한 보존에서 벗어나 지역주민에게 기록정보를 서비스하는 개방형 기록관이 큰 장점이다. 27만 7623권의 일반기록물과 도면류, 행정박물 등 총 32만 7176점이 보존되어 있고, 곧 이어 민간기록물도 수집 전시하여 모든 기록을 공유할 계획이니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보고, 현재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관리팀장이 힘주어 전하는 기록 슬로건이 산뜻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관이후 국가기록원을 비롯하여 문화재청, 충북교육청, 정선군청 등 전국에서 벤치마킹 시찰단이 다녀갔다고 한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오는 12월 기록체험홍보관을 열어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을 모셔 기록의 현장과 필요성 등에 대한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도 메모하는 습관이 들어있고 일본인들이 메모를 잘 하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개인이나 기관이나 기록하는 아름다운 손이 문화의 꽃을 피우게 된다. 방학을 맞아 친구와 혹은 가족단위로 바캉스를 떠나는데 시원한 차림에만 마음을 쓰고, 먹을 것만 한 가방 챙길 게 아니라 메모장과 펜슬을 챙겨 떠나는 모습이 이젠 필요한 시점이다. 자연에서 얻은 호연지기 한 줄, 마음에 스며오는 시 한 줄을 메모한다면 몸보다 마음이 크게 자라는 기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 가운데는 메모 광(狂)이 많다.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늘 모자 속에 노트와 연필을 넣고 다니면서 좋은 생각이 떠오르거나 유익한 말을 들으면 즉시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실학자이자 개혁가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 역시 철저한 메모 가(家)였다. 그는 18년 유배생활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600여 권의 저술을 남겼다. 이러한 밑바탕에는 성실성과 함께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중국 탕링쉐산(5474m)을 오르는 야성을 간직한 험난한 여정에서 오지탐험가는 그 가쁜 숨 중에 배낭을 열어 수첩과 펜슬을 꺼내 무언가 메모를 한다. 그 모습은 주변의 어느 야생화보다 돋보이는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겸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기록과 보존! 그 손이 거룩하다.

 

박 종 순 / 시인, 전 복대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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