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한다는 것은 마치 모래를 쥐는 것과 같다. 아무리 우리의 손이 크다 한들 더 많이 쥐려고 하면 할수록 손가락 틈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욕망뿐만 아니라 산다는 것 자체가 평생 동안 모래를 쥐었다 펴는 것일 수도 있다. 밥을 먹기 위해 일을 위해 가족을 돌보기 위해 사회생활을 위해 저마다 모래를 열심히 쥐려고 하지만 빠져나오는 틈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시간도 마찬가지, 달력이 벌써 8월을 가리킨다. 뭘 했다고 1년의 반도 넘게 지나갔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지난 7개월을 생각하려해도 좀처럼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내 자신을 위해 살았는지 타인을 위해 살았는지 판단이 되지 않는다. 기억의 속도는 이미 고속도로를 탄지 오래. ‘삶의 속도’는 기억할만한 게 없을 때 더욱 가속도가 붙는다.

복잡한 세상살이에 흥미로운 것은 오직 핸드폰이다. 책보다 핸드폰을 보는 게 훨씬 재밌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쉽게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한 손에 콕 쥐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점점 더 책을 멀리하면서 내 삶이 가벼워진 것 같다.

평소에 책을 안 읽으니 여름휴가에라도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을 살피면 좋을 것 같다. 물놀이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는 냉방이 잘되는 실내에서 독서로 피서를 하면 어떨까?

간밤에 열대야에 시달렸다면 마음까지 서늘해지는 작품을 접해보자. 극한의 오지인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 다니구치 지로의 「신들의 봉우리」다. 이 작품은 유메마쿠라 바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005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작화상을 받은 만큼 생생한 표현이 압권이다. 5권짜리 만화는 일반인은 평생 오를 엄두도 못낼 곳, 지구상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에베레스트산을 배경으로 한다. 에베레스트산이 있는 히말라야는 오랜 시간 쌓인 ‘만년설’과 얼음계곡인 ‘크레바스’가 있는 곳이다. 소변을 보면 바로 얼어붙을 만큼의 추위를 간직한 곳이니 이곳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읽다보면 어쩐지 서늘한 느낌이 들 것이다.

만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충분히 감동을 받을만한 작품이다. 단순히 산을 오르는 산악만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좌절을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인간의 의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도전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스토리 자체도 훌륭하지만 그림도 뛰어나다.

또한 왜 산을 오르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도 던진다. 언제 낙석이 떨어지고 눈사태가 일어날지 모르는 우리 삶이지만 불굴의 정신과 집념만 있다면 산도 우리의 삶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다시금 이 책을 꺼내들며 왜 산을 오르냐는 질문에 에베레스트로 등정을 떠났던 조지멜러리의 답을 떠올린다.

“왜 산을 오르십니까?

“산이 거기 있으니까”
 

 

이 기 수 / 충북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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