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사랑과 생명의 달이라는 이름표에 걸맞게 낮의 신록 못지않은 어둠의 선물이 있다. 노을을 남기면서 해가 넘어가고 어스름 저녁이 깃들면 어디에선가 조용한 틈을 타 개구리들이 합창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최고라고 서로 음높이가 다르게 울어대는 개구리들의 합창이 여느 오케스트라 못지않다. 아니 그 소리를 찾아 귀를 세우고 발걸음을 사뿐 멈춘다. 상대의 마음에 닿아 짝을 구하려는 수컷들의 노력이 애처롭기도 하련만 삶의 멋은 그런 경쟁의 묘미가 함께 하기에 귀한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또 하나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향기라는 것이다. 새벽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졸음 덜 깬 눈을 비비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조팝꽃과 라일락과 찔레꽃이 사위더니 귀하게 복숭아꽃 몇 개와 장미꽃이 피어났다. 오늘은 또 무슨 꽃이 피었을까? 꽃도 어여쁘지만 그가 건네주는 향기가 있을까 설렘을 안고 그리로 가는 것이다. 미원 조그만 밭에 그간 미루어오던 아로니아를 백여 주 심고 오는 날, 장미나무 두 그루를 사와 화분에 정성껏 심었다. 몸살하지 싶어 걱정도 있었는데 고맙게도 봉오리를 여러 개 맺는 것이다.

“별님, 달님 고마워요 잠 안자고 봉오리 달아 주었네요”
봉오리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응! 어여쁘고 자랑스럽네! 센 바람 흔들어도 잘 견디고 어서 얼굴 보여줘”
사흘 전 아침에 오르니 드디어 진한 황금빛 장미꽃이 피어있다. 코를 살짝 대고 향기를 찾으니 순한 향기가 살살 스미어 나왔다. 더욱 사랑스러워 그 곁을 떠나지 않는다. 빨강 장미는 아무리 맡아도 향기라곤 없는데 기쁨을 넘어 내게는 작은 감격이었다.

향기는 왜 나는 것일까? 어떤 것들은 전혀 향기가 없는데 왜 그럴까?
꽃에서 향기를 발산하는 이유는 서로를 수정해줄 곤충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라지만 나도 한 마리 나비로 변하게 하는 신비로움이다. 식물은 아무 곤충이나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수정을 도와줄 곤충만을 유혹하기 위해서 꽃의 색깔과 향기를 각각 다르게 나타낸다하니 놀랍다. 경우에 따라서는 향기가 전혀 없는 꽃도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는 향기나 특이한 꽃의 색깔로 곤충을 유혹하기도 한다니 식물의 생태적인 지혜로움에 경외감을 갖게 한다.

교감시절부터 10여 년 간 일간신문에 기고해온 칼럼을 중심으로 얼마 전 ‘사람의 향기’라는 산문집을 낸 일이 있다. 책이름을 뭐라 붙일까 숙고하던 중 결국 사람의 향기로 하였는데 지금껏 아쉬움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그 만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고 굳게 믿고 싶은 때문이다. 물론 그 향기의 깊이나 고유의 색깔은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 정해지지만......

이제 6.13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후보들마다 자신이 적격자라고 홍보에 최선을 기울이는 형세를 곳곳에서 마주하면서 또 사람의 향기가 떠오르는 것은 스치면서 지나도 왠지 향기를 건네주고 가는 후보들도 만나기 때문이다.

향기를 풍기는 사람 곁에는 오래 머물고 또 만나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시종일관 발걸음이 백성에게 향하고, 내 고향 진천 백곡에는 행복복지센터를 세워 휴먼시티로 고을을 바꾸기 위해 밤 새워 소통과 열정을 불사르는 후보야말로 그 향기가 진해 끌리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말만 앞세우는 그림자 후보들도 없지 않다.

노자의 도덕경에 이르기를 多言數窮이니 不如守中이라.
즉 ‘말이 많으면 자주 궁색해지니 차라리 가운데를 지키는 것만 못하다.’
는 가르침이 있으니 새겨볼 일이다. 인간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을 이롭게 하려는 말일 것이지만 자기가 한 여러 말이 결국 자기를 옭아매는 올가미가 될 수 있기에....... 시대는 변하고 민심도 따라 흐른다.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는 개구리들의 밤 노래는 그치지 않고 번식을 위한 크고 작은 꽃들의 향기 작전도 우리 곁에 있다. 5월을 보내면서 자연에서 배운다.

정녕 도민과 시민, 군민을 위한 진정성 깃든 공약을 피어난 꽃처럼 개발 제시해야 하고 색깔 다른 정당마다 선거프레임은 탄탄하게 짠듯한데 슬로건은 자꾸 들어도 더 듣고 싶은 개구리들의 열정어린 합창 같았으면 한다.
 
박 종 순 / (전) 복대초 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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