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본으로 인류문화사에 끼친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청주는 이러한 직지를 브랜드화 하여 명실상부한 출판도시로 거듭나길 꿈꾸어 본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청주 시내엔 학습 참고서를 파는 서점을 포함해 책방 170여 곳이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 청주에는 17개의 서점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동네 책방, 구멍가게, 문방구 등 추억의 장소는 사라지고 정겨운 얼굴들마저 보이지 않는다. 내 마음을 키웠던 추억의 책방이 사뭇 그립다.

‘충북지역 출판 동네서점 살리기 협의회 ‘상생충북’은 지역 작가와 책, 서점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지역 문단·시민단체·작은 도서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시내 곳곳을 누비며 동네서점 17곳을 찾아 서점지도를 만들었다. 시민들이 청주 동네 서점 지도를 보며 자신이 사는 동네의 서점 위치를 확인하고 환호하는 모습을 그려 본다.

1977년 문을 연 유신상사는 처음처럼 청주 도심 상당로에 빛을 발하고 있다. 1983년에 선을 보인 고려서점도 청주 율봉로에 의연하게 자리를 지킨다. 홍문당 서점은 금천·용암·분평동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고 있다. 향토서점으로 친숙했던 일선문고의 사라짐은 지금도 마음이 아리다. 다만 그 자리에 우리문고가 둥지를 틀어 한숨을 놓았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청주시는 지난 2006년 '교육문화도시 청주'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한 도시 한 책읽기 독서운동'을 펼쳤다. '책 읽는 청주' 시민독서운동은 각계각층의 독서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열었다.

독서는 시대를 불문한 진리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책읽기도 지면에서 온라인 매체로 이동하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책은 여전히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독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아름답게 하지만 즉각, 가시적이며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는 그리 쉽지 않다.

책읽기 운동에는 언론이 앞장서고, 각 단체와 도서관들이 양서목록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성인 연평균 독서량 12권, 성인 4명 중 1명은 아예 책 한 권 읽지 않는 나라가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마음한구석 씁쓸하다.

‘한 책 읽기’ 사업은 본질적으로 독서 토론의 활성화를 통한 독서의 확장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니까 4개월의 ‘한 책 읽기’ 사업 기간 가운데 두 달은 집중적으로 책을 읽는 기간이다. 이 기간 중 시민들은 청주시내 공공도서관과 ‘한 책 읽기’에 동참하는 시내 북카페에서 책을 접하게 된다. 책의 지속적인 수요는 출판업계를 활성화하고 인쇄술을 높여준다.

청주 수동은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드라마 촬영지와 벽화 마을로 유명한 수암골이 있기 때문이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카인과 아벨'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그러나 수동은 과거 청주를 대표하는 인쇄 출판의 중심지였다. 20년 전만 해도 인쇄 업체가 250개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이후 경기 침체 등으로 인쇄 물량이 감소하며 과거의 명성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소공인 특화 지원센터'와 '도시형 소공인 집적지구'에 잇따라 선정되면서 청주시는 인쇄 중심지 수동의 옛 명성을 찾기 위해 최근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인쇄출판 산업 발전 마스터플랜에는 인쇄 산업을 연계하여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센터에는 고가의 인쇄 장비를 구입하기 어려운 업체들을 위해 3D 패키징 고속 커팅기, 디지털 프레스 등의 첨단 장비가 설치된다. 또한 인쇄 업체들의 판로 확대와 연구 개발 등도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인쇄 중심지' 수동과 주변을 잇는 장기적인 발전 사업 계획도 수립되었다.

이곳에는 인쇄출판 업체 117개가 새 출발선에 서 있다. 청주시에서는 수동의 인쇄거리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와 수암골을 연계하여 문화산업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수동 인쇄거리는 우암산 서쪽 기슭 구도심의 문화 활력소가 되고 있는 옛 연초제조창 및 동부창고, 첨단문화산업단지, 수암골 문화카페와 드라마 거리, 김수현 드라마아트홀을 잇는 우산형 문화벨트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천년동안에 일어난 가장 위대한 사건이 금속활자 발명으로 정보화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인류문화 발달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직지는 우리의 자원이며,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청주에서 '책 읽는 청주' 시민독서운동이 정착되고, 인쇄의 메카 수동이 문화벨트의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다. 분명히 충북 청주는 현존하는 최고의 직지 본향의 명소답게 세계 속에 빛날 것이다.

정 관 영 / 공학박사, 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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