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이나 오지로 떠나는 예능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불’을 피우는 장면이다. 따뜻한 잠자리가 확보되고 잡아온 식량을 조리하려면 불 없이는 불가능하다. 비비고 꼬고 연신 바람을 불고 애쓰는 연기자들의 모습에서 불 피우는 게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만약 도구도 없이 혼자 불을 피우라고 한다면 피울 수 있을까 싶다.

생활 속에 불이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모든 문명은 물에서 시작됐다고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명은 불에서 시작됐다. 불을 다루는 기술이 늘면서 농기구도 발명했고, 식량이 확보되면서 인간의 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최초의 불은 자연에서 생겼다고 한다. 우연히 벼락을 맞은 나무가 불타오르고 가까이 갔던 원시인들이 따뜻함을 느끼며 불을 지키려고 노력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또 잡아온 고기를 불에 익혀 먹어보니 더욱 맛있게 느껴졌을 것이고 축축하고 차가웠던 잠자리도 안락해졌다. 하지만 불을 다루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최초의 불 발견 이후 장장 40만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인간은 비로소 불을 피우는 법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불의 ‘발견’에서 ‘소유’로 시대가 변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기록의 역사와 찬란한 인류 문명이 비로소 꽃을 피웠다. 불은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때로는 무서운 모습으로 돌변한다. 과거 최고의 전성기를 가졌던 로마제국에서는 ‘로마 대화재’가 일어났던 적이 있다. 기름 창고에서 우연하게 시작된 작은 불씨가 시내에 번지면서 대화재로 악화되었다. 당시 조직되었던 소방대가 나서서 물동이로 나르고 애썼지만 결국 화재의 진행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구가 밀집됐던 로마시내는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고 재건하는데 많은 시간과 물자가 소요되었다.

작년 우리 지역 제천에서도 화재로 인한 참사가 있어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스포츠센터 내에서 한 순간 시작된 불이 건물을 집어삼키며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

언젠가 우연하게 작은 가옥에 화재가 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어찌나 불길이 세던지 너무나 두려웠던 적이 있다. 소화기를 들고 불을 꺼야하는 당연한 일조차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순간 정신이 아득했다. 화재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 다시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적절한 대처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연간 화재발생 건수는 43,413건으로 하루 평균 118건의 화재가 전국에서 발생한다. 연간 인명피해도 이천 명이 넘는다. 화재 발생 원인의 대부분은 ‘부주의’다. 평상시 점검과 예방만이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요할 때는 소중하지만 부주의 할 때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는 ‘불의 두 얼굴’을 기억하자.

이 기 수 / 충청북도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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