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응원하러 갔는데 앞줄에 신의현 선수 어머 니, 아버지, 아들, 딸, 부인 이렇게 앉아 계셨어요. 뒷줄엔 대통령님, 여 사님, 저 이렇게 앉아 있었고요. 선수들이 내려오다가 넘어지는 걸 보고 신의현 선수의 딸이 '아이고, 저걸 어떻게 해'라고 말하니까 부인이 '괜 찮아. 아빠는 더 많이 넘어졌어. 넘어졌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야' 그렇게 말하더군요. 그 말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제가 얼른 적었어요. 그 말 속엔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오고 헤쳐 온 삶이 함축돼 있었습니다.”

우리 충북 출신인 도종환 장관이 패럴림픽대회 폐회를 하루 앞두고 한국 선수단의 밤 행사에서 감격스레 꺼낸 이야기다. 대학 졸업식 전날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의식이 없던 아들을 대신해 ‘다리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어머니의 결단으로 신의현 선수는 삶의 금메달까지 가족에게 안겨주게 되었다. 결국 신선수의 굳은 의지와 땀의 도전이 이루어 낸 인간 승리는 지켜본 모든 이에게 희망과 깊은 울림을 안겨 주었다.

지난 2월 9일부터 38일 동안 겨울 스포츠의 성지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평창은 진정 패럴림픽으로 완성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계 올림픽 개회식부터 37일이 어느덧 지나고 패럴림픽 폐회식이 있는 일요일, 아침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마음이 설레었다. 폐회식은 어떻게 진행될까? 날씨는 좋을까? 또 문화공연은 어떻게 준비했을까? 등등 밤에 열리는 폐회식은 첨단으로 이루어낸 그래픽과 불꽃쇼가 펼쳐져 더욱 환상적이며 한국을 보여주는 최선의 한마당으로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내야 할텐데.

드디어 마스코트 반다비가 뛰어나왔고, 관중은 반다비의 손짓에 따라 입을 모아 카운트다운을 했다. 막이 오르자 김창완 밴드가 12현 기타로 아리랑을 연주했다. 정답고 신나고 좋았다. 한국 최초 장애인 의사인 황연대 여사가 나왔을 때 역대 성취상 수상자들의 반응은 사람이 베푸는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공연에 시각, 지체 장애 등 장애를 딛고 예술가의 경지를 이룬 사람들이 참여하여 감동이었다. 청각장애 발레리나 고아라와 무용수들이 이루어낸 대형 플라워 댄스는 평창을 지켜보는 세계인들에게 아름다운 추억 또한 선사했을 것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패럴림픽 입장권이 34만 5천장이 판매되어 입장권 수입이 69억 5000만원으로 예상 밖의 성과를 이뤄 국민들 먼저 성공적인 개최에 큰 힘을 보태준 것이 사실이다.
한 달여간 관심을 갖고 올림픽 이모저모를 지켜보면서 ‘그 곳에 가고 싶다’는 바람이 마음 한 구석에 있었다. 국가적인 행사이고 전 세계인이 만나는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도 귀한 기회가 아닐 수 없기에...... 장애인들을 응원 하고 그 도전과 인내를 배우고자 제천에 사는 여동생들을 부추겨 폐회 1주일 앞둔 일요일 새벽 평창으로 출발한 것이 내 일상의 메달감이었다. 국도와 영동고속도로를 경유, 드디어 평창읍에 잠시 들어와 하얀 메밀가루로 만든 얇은 부침과 국수로 점심을 하고 1시간여 달리니 그립던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대기하는 셔틀버스에 올라 멀리 성화가 휘날리고 있는 하얀 탑이 보이는데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를 문제없이 열고 있는 우리나라 태극기가 힘차게 손짓한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위치해 있고 폐회식 준비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한다. 정해진 게이트로 들어가 성화를 보려 한참 오르니 성화대는 방송으로 비친 것과 달리 스타디움 밖에 세워져 있었다. 가까이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동생들과 참여의 의미를 만끽하였다. 올림픽 플라자 곳곳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웃음을 띤 채 따듯한 안내를 해주고 있어 평창을 찾아온 사람들 모두 편안한 표정이다.
내 앞으로 남은 생애에 또 다시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을까? 어쩌면 마지막 올림픽의 하나하나를 소중히 하며 대관령 언덕 풍력발전단지에 푸른 바람을 일으키는 하얀 날개에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본다.
정상인이 아닌 장애를 입은 사람을 대상으로 패럴림픽대회를 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이번 평창 올림픽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인류의 도전과 사람들의 위대함을 깊게 느끼게 되었다.
“평창은 스포츠가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 간에 다리를 건설하고 평화에 명 백히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정어린 칭찬에 가장 기뻤다고 하는 이희범 조직위원장! 최대의 국제행사를 멋지게 이끌어낸 대한민국을! 서로 사랑하고 자랑하며 언제라도 ‘그곳에 가고 싶다’. 이제 성화는 보이지 않지만 평창을 다녀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곱고 힘차게 타오르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충북도 곧이어 지구촌을 향한 희망을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박 종 순
( 전 복대초 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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